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조촐한 창업강좌를 듣고 있는 중입니다. 여성경제인협회에서 주관하고 중소기업청에서 후원하는 건데요, 강의내용이 기대 이상으로 전문적이라 흐뭇합니다. 홍보가 잘 안되었는지 정원 30명에 훨씬 못미치는 16명이 수강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수강생들의 면모가 눈에 쏙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독보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남들은 두루뭉술한 중년으로 봐버리는 못된 버릇 탓이지요. ^^


그런데 웬걸요. 강의가 진행되면서 속내를 알고나니, 저마다 치열한 승부근성을 가지고 삶을 헤쳐나온 전사들이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세상에 대한 레퍼런스가 제일 취약한 책상물림에 불과했지요. 어떤 분은 공기업에서 23년을 근무한 뒤로 자영업을 위해, 보육교사, 종이접기 강사, 유아교육과 졸업, 사회복지사를 거쳐 요양사 자격증을 취득한 분도 있었으니까요.


정혜신은, 세상사람은 모두 저마다 대단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아무도 대단하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만 여명에 가까운 상담자의 내면을 들여다본 정신과의사가 하는 말이라 그런지, 일반적인 감회보다 무게가 실립니다. 모든 사람이 대단하다는 것은, 개체로서의 아무개가 갖고 있는 개별성에 대한 존중이라고 이해가 됩니다. 아무도 대단하지 않다는 것은, 지위와 명예의 고하에 상관없이 사람의 속성이 같다는 것이 아닐까 싶구요. 가령 인정욕구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지요.


조셉 켐벨도 ‘보통 사람은 없다’는 말을 함으로써, 내 고질적인 버릇에 쐐기를 박습니다. 내가 가진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못된 버릇입니다. 늘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소통을 차단했지요.  내 기준을 통과하는 사람에게는 과도한 의미를 집중하기도 했구요.


지난 날의 모든 선택이 이 버릇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란 그처럼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치명적인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주변을 봅니다. 사람에 대한 시각이 달라짐으로 해서, 내 삶 자체가 아주 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래저래 지금부터의 삶이 진짜입니다. ^^


모이어스 : 진정한 예술가는 , 조이스의 이른바 만물의 ‘광휘’를 , 그 자체가 가진 진리의 드러냄으로 인식하고 해석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 희한한 재능이 보통 사람에게는 없지 않습니까?

켐벨 : 나는 보통 사람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 자체도 믿지 않아요. 사람은 다 삶의 경험에서 기쁨을 느끼는 나름의 방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마땅히 그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계발하고, 그것과 사귀어야 합니다. 나는 사람들에게 보통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거북해지곤 하는데, 그 까닭은 내가 보통 사람, 보통 여자, 보통 아이 같은 걸 도무지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 '신화의 힘' 에서 --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문득 한선생님은 어떻게 자료를 모아두셨다가 꺼내어 쓰시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저의 방식으로는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자주 인용을 사용하기가 어렵거든요. 저의 방식이라봤자 연구원들이 다 하는 책읽고 발췌하기 정도인데, 애써 적어놓아도 기억이 나지 않으면 깊숙히 묻혀버리기 일쑵니다. 한수 가르쳐 주시죠 ㅋ

    2008.07.20 13:36 [ ADDR : EDIT/ DEL : REPLY ]
    • 음? 경빈씨가 '한 정리'할 것 같은 생각인데 아니라구? ^^ 나야말로 초보적인데?
      세컨드라이프, 실천력, 기획사례... 소제목으로 폴더 만들어놓고 비슷하다 싶은 것 갖다 놓는 식...
      심심할 때마다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지들끼리 연결되는 시점이 있긴 해요. ^^

      2008.07.20 17:1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