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미탄통신2007. 11. 7. 13:49


조영남의 새 책 “어느날 사랑이”에 이런 얘기가 나오네요. 윤여정과 15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40대 초반의 조영남이 졸업반 여대생을 만나는 장면인데요. 그토록 가슴떨리고 아름답게 보이던 여대생이, 윤여정과 이혼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조금도 예뻐보이지 않더라는 겁니다. 가질 수 있는 것에는 더 이상 선망을 품지 않는다는걸 알고 있지만, 조영남 특유의 솔직함에 실려 극명하게 드러난 인간심리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15년 결혼생활을 깬 외도의 허망함, 그만한 외도로 무너진 결혼생활, 그렇다면 세상에 의미있고 탄탄한 관계가 있기는 한건지요.


나는 사람을 깊이 사귀지 못하는 편입니다. 좀체로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지요. 어쩌면 인간관계의 95프로는 이래도 저래도 상관없는지도 모릅니다. 외롭지 않으려고, 혹은 사교성이나 비즈니스 차원에서 서로서로 우호적으로 살아가는 것일텐데, 내게는 사교성이나 비즈니스 차원의 개념이 없으므로 발생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울림을 축소하다보니, 내 삶 자체가 상당히 위축되었습니다. 주로 혼자 놀다보니, 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된 것이지요. 대인관계지능은 물론 인간관계망, 사람살이에 대한 공유가 형편없이 취약합니다.


문제는 대학신입생인 딸도 나를 닮아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어울림’이야말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기쁨이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조영남의 경우처럼 한없이 허망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사람은 혼자서는 아름다울수도 행복할수도 없는 존재니까요.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없이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요즘 조금씩 어울리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자리에서나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나면 할 말이 없던 내가, 다른 사람에게 아는 척도 하고, 너스레를 떨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세상 사람들 모두 동의에 굶주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善意라는 것이 그다지 대단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계속되지 않아도 얼마나 힘이 센지도 알게 되었구요. 그저 스치는 사이라고 해도, 고립감과 고통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한 번의 다가감, 한 번의 포옹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요. 요즘처럼 관계지향이 되다가는 조만간 관계중독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군요. ^^


회피와 중독의 양 극단 사이에 펼쳐져있는 ‘관계’의 스펙트럼 그 어디쯤에 존재하든, 당신이 ‘관계’에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인생의 성공은 ‘관계’의 성공이니까요.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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