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책2008. 6. 18. 21:45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김영사 2002

타이틀 : 이 책의 원제는 On writing이다.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의 원제는 On writing well 이다. 둘 다 간결함을 강조한 저자들다운 제목이다.

구성과 문체 : 이 책의 구성은 특이하다. ‘이력서’라는 제목으로 창작을 하게 된 과정을, ‘연장통’ 에서 작가가 창작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창작론’ 에서 창작의 방법에 대해 쓰고 있다.

작가는 이 모든 것들을 간결하게 썼다.

가령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챕터에서는

‘물론 정신 감응이다.’ 이 한 문장을 풀이하고 끝낸다.

소설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 소설 위주의 창작법을 꼼꼼하게 읽지는 않았지만, 슬슬 읽어도 압축된 금과옥조인 것을 알아보겠다. 그처럼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소설가가, 불과 138쪽의 창작론이 자기가 소설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간결함은 최고의 가치이다.

그의 소설을 한 편도 읽지 않았지만, 그가 왜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간결하고 박진감있으며 유머러스한 그의 문장은 최고다.


그의 메시지 :


이 세상에 ‘아이디어 창고’나 ‘소설의 보고’나 ‘베스트셀러가 묻힌 보물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설의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허공에서 느닷없이 나타나 소설가를 찾아오는 듯하다. 전에는 아무 상관도 없던 두 가지 일이 합쳐지면서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가가 해야 할 일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막상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둘 것,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지만 곧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었다.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지만 곧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었다. 일단 자기가 할 이야기의 내용을 알고 그것을 올바르게-어쨌든 자기 능력껏 올바르게- 써놓으면 그때부터는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비판도 그들의 몫이다.


어떤 토크쇼 진행자가 나에게 글을 어떻게 쓰느냐고 물었다.
내 답변을 -“한 번에 한 단어씩 쓰죠”-들은 진행자는 대꾸할 말을 잃고 말았다.

글쓰기는 유혹이다.


글쓰기는 창조적인 잠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침실처럼 집필실도 자기만의 공간이고 꿈을 꿀 수 있는 곳이다. 정신과 육체가 매일 밤 일정량의 잠을 자듯이, 깨어있는 정신도 훈련을 통하여 창조적인 잠을 자면서 생생한 상상의 백일몽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훌륭한 소설이다.


내가 보기에 소설은 장편이든 단편이든 세 가지 요소를 이루어진다. A 지점에서 B 지점을 거쳐 마침내 Z지점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서술 narration, 독자에게 생생한 현실감을 주는 묘사 description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말을 통하여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대화 dialogue가 그것이다.


글쓰기의 목적은 돈을 벌거나 유명해지거나 데이트 상대를 구하거나 잠자리 파트너를 만나거나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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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책의 앞부분에 '작가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말에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술과 마약으로 흐트러졌던 자신의 삶을 '비록 글을 못쓰게 되더라도' 가족들을 위해 바로 잡은 그의 결단과 실천에 감동받았습니다. 주로 스릴러와 호러를 쓰는 작가이기에 은연중 그의 개인적인 삶은 문란하고 흐트러져 있을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한때는 그의 삶이 그랬었지만 그 삶을 바로잡는 의지가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2008.06.19 01: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어이쿠! 제가 너무 간단하게 넘어간 부분을 쉐아르님께서 정확하게 보완해주셔서, 제 포스트가 아주 충실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처럼 생생한 댓글의 기능이, 블로그의 또 하나의 맛인 것을 알 것 같습니다.

      2008.06.19 07:53 [ ADDR : EDIT/ DEL ]
  2. 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진 않았는데, 꼭 한번 읽어야겠네요.

    2008.07.04 15:45 [ ADDR : EDIT/ DEL : REPLY ]
    • 예, 강추입니다.
      한글타이틀도 좋고, 위에는 제가 너무 간단하게 쓰고 말았는데, 책 전체가 간결한 문체의 샘플 같은 책이더라구요.

      자기 소설의 주인공 같은 놈<!>의 트럭에 밀려, 무릎 아래가 9군데 이상 부러져, 꼭 '구슬이 잔뜩 담긴 양말' 같았다는 등... 참혹한 체험조차 유머로 갈무리하는 솜씨도
      일품이구요.

      2008.07.04 21:58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