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8. 6. 1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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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본질적인 부분보다 부수적인 것에 마음이 더 쓰일 때가 있습니다.
박완서의 단편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라는 것이 있는데요.
거기에 주인공 여자가 출장에서 돌아와보니, 남편이 치킨 배달온 여자와 자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나옵니다.
여자는 그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보면서, 그들이 휘감고 있는 이불에 온통 신경을 빼앗깁니다.
자신의 혼수인 여름홑이불이 훼손당하고 있다는 데서 말할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는거지요.

아주 오래 전에 읽었는데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장면인데, 저도 오늘 비슷한 기분에 빠져듭니다.
모처럼 앨범을 보다 발견한 사진인데, 제가 시골에 살 때 줄장미를 사다 심었던 모양입니다.
89년이라고 찍혀있으니 지금은 집 전체를 휘감을 정도로 퍼져나갔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 한 복판이 먹먹해질 정도로 줄장미가 아까웠습니다. ^^

마찬가지로 학원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꼭 뜰이 생각납니다.
나름대로 호시절을 구가하던 전성기의 단면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일일이 골라 심은 꽃과 나무가 그립습니다.
그것들이 아까워서 화가 납니다.
비를 맞으면 더욱 독특한 문양을 선보이는 모과나무와,
나팔같이 큰 꽃이 뚝뚝 떨어져 아깝기만 하던 능소화,
개심사 해우소 옆에서 몰래몰래 나무젓가락으로 두 어 뿌리 캐다심었던 바위취까지도!

오늘도 지나가면, 사소한 것들로 기억될는지요.
요즘은 내 생활자체가 사소한 것이니,
내 삶이 통째로 그리워질지도 모르겠군요.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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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소한 '그것'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상징되어지는 '무엇'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은 아니고... 저와 가까운 사람이 아주 사소한 것 때문에 화를 낸 적이 있었지요. 지금 돌아보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담긴 마음이 중요했던 거죠.

    2008.06.19 01: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뭔가 그림이 그려질듯도 한 풍경이로군요. ^^
      삶에서 중요한 것을 상징하는 것은 의외로 사소한 것들이군요. 아주 중요한 삶의 비밀을 알려주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소중한 하루 되시기를~~

      2008.06.19 07:56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