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켐벨, 빌 모이어스 대담, 신화의 힘, 이끌리오 2002


조셉 켐벨은 10살 때 북미대륙 원주민의 신화와 아더왕 전설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83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신화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평생에 걸친 이 공부가 고리타분한 책자에 갇혀 있던 신화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전에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 ‘신화의 힘’에서는 대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두 저서의 사이에는 40년의 세월이 있다니, 저작의 깊이가 다를 수 밖에 없겠구요.


그는 정말 박식합니다. 한 분야를 완전히 섭렵한 사람이 갖고 있는 박식함에 지혜를 더하여 현란한 신화의 세계로 우리를 이끕니다. 이것을 대담자인 모이어스가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켐벨만큼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원시 사회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열린 하늘이라고 하는 거대한 지붕 밑으로 펼쳐진 광막한 들판으로 나가거나, 수목에 묻혀 있는 숲속의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을 맛보고는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신들의 이야기가 왜 바람 속에서, 천둥 속에서 울려나올 수 있는지, 어째서 산자락의 시내라는 시내는 다 하느님의 육성을 내는지, 어째서 온 세상이 다 성소聖所일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켐벨이 평생에 걸쳐 한 일은, 세계의 신화가 지닌 주제에서 공통되는 요소를 찾고, 거기에서 중심에 이르려는 인간 정신을 지향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군요?”

“아니지, 그게 아니오. 살아 있음의 ‘경험’을 찾는 것이지요.”


어찌보면 ‘삶의 의미’와 ‘살아 있음의 경험’이 같은 뜻이라고 볼수도 있겠지만, ‘살아 있음의 경험’ 쪽이 훨씬 역동적인 날것의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나요?  이 대담은 켐벨이 여든이 넘어 이루어졌는데도, 그의 표현은 조금도 고리타분하지 않습니다. 신화에서 추출한 대가의 인생이야기가,  오늘 나의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그의 이야기 중에서 특히 내게 들어온 부분은 ‘나’와 ‘인생’에 대한 전적인 긍정입니다. 그는 마치 우리 모두에게 영웅이 되기를 권면하고 있는 듯합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천복을 찾음으로써, 영혼의 모험에 동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천복을 좇으면 나는 창세 때부터 거기에서 나를 기다리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삶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입니다. 이걸 알고 있으면 어디에 가든지 자기 천복의 벌판에 사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문을 열어줍니다. 그래서 나는 자신있게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천복을 좇되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은 열릴 것이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니고 우리 자신을 위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영웅의 행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 자신을 구하면 세상도 구원됩니다. 생명력이 있는 인간의 영향력이 다른 사람들에게 생명을 부여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영혼이 없는 세계는 황무지입니다. --중략 --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용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자아에 속박된 ‘자기’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용 우리에 갇혀 있어요.

천복을 찾아 자기에서 벗어나면 단지 개인적인 구원에 머물러있지는 않을테니, 영웅으로서의 출발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을 버려서 더욱 높은 목적에 헌신한 사람이 영웅일테니까요.

인간의 개별성에 대한 그의 강조는 결연하고 아름답습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신화의 힘’이 그중 강력한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통 영웅의 모험은 무엇인가를 상실한 사람, 자기 동아리에게 허용되어 있는 정상적인 경험에 무엇인가 모자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의해 시작된다는 부분도 인상깊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창조적 소수자’일테니까요.


우리는 각기 나름대로 독특한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만일 세상을 향해 무엇인가를 줄 수 있을 때도, 주어지는 것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우리 개개의 경험과 우리 개개인이 지닌 잠재력의 발현이 되는 겁니다.

자기나름의 자기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 길은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을 향한 잠재력, 다른 사람은 체험해보지 못한 것, 다른 사람에 의해서는 체험될 수 없는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짧게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하고 심오한 켐벨의 수사들은 현대적이고 섬세하기도 합니다. 놀라울정도로 생생하고 날카로운 이 석학의 표현들은, 신화가 오래 전에 죽은 화석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 살아 움직이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나에게 주어진 내 몫의 고통을 극복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세상의 더 높은 목적과 부합시킬 때, 나의 신화는 시작된다고 보아도 될지요. ^^ 

대담을 할 당시 여든을 넘은 나이에도 몇 권의 책을 쓰고 있으며, 이 책을 마칠 때까지 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하는 켐벨, 평생에 걸친 연구로써 우리에게 ‘신화’라고 하는 새로운 세계를 펼쳐보인 그의 생애 자체가 신화로군요. 그의 삶에 대한 충만한 애정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인생은 이대로도 굉장해요, 당신은 재미가 없나 보군요

인생은 슬픈 것입니다. 세속성-상실하고 상실하고 상실하는 것으로 인한 슬픔의 원인 -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 삶은 삶이 아니지요. 그러니까 우리는 삶을 긍정하고 이대로도 훌륭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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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앗.이 책이 오래전부터 책꽂이에 꽂혀있었어요. 제가 산 책이 아니라 눈에 잘 안띄었는데, 냉큼 집어다가 읽기 목록에 넣어버렸어요.ㅋ

    2008.06.14 06:56 [ ADDR : EDIT/ DEL : REPLY ]
    • 책도 인연이 되는 시기와 상황이 있는 것 같지요?
      경빈씨 스타일로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일찍 심취할만한 책으로 보여지네요. ^^

      2008.06.14 08:45 신고 [ ADDR : EDIT/ DEL ]
  2.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목록에도 넣어놨습니다 ^^

    2008.06.19 01: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예, 쉐아르님 강추합니다.
      저자는 중년이 될수록 신화가 수다스러워진다고 하니, 신화가 많은 말을 건네줄겁니다. ^^

      2008.06.19 07:51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