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미탄통신2007. 11. 2. 07:24
‘서울 북 인스티튜트’ 가 주최하는 강의를 듣고 왔습니다. 김영사 박은주 사장의 ‘출판브랜드전략’입니다. 출석부를 흘깃 보니, 32명의 참석자 가운데 3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출판사 종사자입니다. 이름을 들어본 모든 출판사가 망라되어 있었습니다.

박은주 사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보입니다. 누군가 나이 지긋한 출판사 사장이 와 있는 것에 대해 민망하다는 표현을 3번이나 했을 정도입니다.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조분조분 이야기를 해서 살짝 졸립기도 했는데, 막상 강의내용은 자신감과 긍지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의 화법은 “~~을 하겠다”가 아니라, “~~~을 했습니다”이니까요. 가령 김영사의 슬로건은 “믿을 수 있는 책, 믿을 수 있는 회사”였답니다. 신뢰경영을 하기 위해, 세 가지 지침을 갖고있는데요. “정직하자, 존중하자, 나누어가지자”랍니다. 저자와 독자와 직원에게 정직한 방침들, 거래처 직원을 존중하기, 출판계에서 이만큼 컸으니까 출판계에서 하는 일은 무조건 후원하기... 등이 있습니다.

평범해보이는 이 원칙들을 제대로 지키기는 쉽지않겠지요. 그녀는 해 낸 것같습니다. 그러니까 김영사가 있고, 박은주가 있게 된걸텐데요. 가령 주요 담당자가 바뀌면 거래처에 일일이 편지를 보내서, 향응 금지등 회사원칙을 강조한답니다. 매월 12군데 이상의 NGO를 후원하고 있구요. 오죽하면, ‘신뢰경영’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판단아래 슬로건을 바꿨답니다. “세계로!  미래로! 책으로!”랍니다. 대단한 자신감과 실행력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김영사가 출간하는 책이 다양한 것 같아도 원칙은 딱 두 가지랍니다.
첫째, 전문지식을 대중화하는 책
둘째, 마음을 밝혀주는 책을 낸다는거지요.

이런 방침아래 과학의 대중화, 경제경영서의 대중화를 시도하여 기대이상의 히트를 쳤고, 3년 간의 유학생활에서 아동서에 눈떠 기획한, 앗! 시리즈도 재미를 보았다구요.
올해 발행한 책 중 성적이 좋았던 책의 기획과정을 상세하게 밝혀주기도 했는데요.
‘신도 버린 사람들’의 경우, 편집자가 원서에 없는 ‘아기얼굴’ 사진을 넣은 것이 결정적인 효자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만들어진 신‘의 경우, 사장으로서 사회와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 강행한 경우랍니다. 안 팔려도 책임지겠다~~  사장이 좋은 게 그럴 때랍니다. ^^

김영사 내부에 스페인어 빼고는 외국어 커버능력이 있다든지, 어떤 책의 기획편집을 해나가다가도, 비슷한 책이 나왔다면 비용이 얼마가 들었든 중지시킨다는 판단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책은 진행하는 중에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기도 한다네요. 자기 컨텐츠의 힘이 미약한 경우랍니다. 이 부분에서 왜 공연히 켕기지요? ^^

브랜드라는 것이 쌓는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지만, 이미지가 손상되는 데는 순식간이랍니다. 이 부분에서 재미있는 예를 들며, 이야기를 마칠게요.
탤런트 서갑숙의 “나도 때로는 ~~”이라는 책이 공전의 히트를 쳤지 않습니까?  무려 백만 부에 달하는 책이 나갔는데요, 문제는 이 책 이후로 출판사 ‘중앙 M&B'의 이미지가 손상되어, 좋은 필자들이 이 출판사를 기피하기 시작했답니다. 심지어 계약파기까지 나왔구요. 결국 ‘중앙 M&B'가 ‘랜덤하우스’로 흡수되었다는 소리 같은데, 이 부분을 잘 못 들었습니다. 아는 분의 확인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는 여성 CEO의 유형을 확인한 기분입니다. 소탈하고 겸손함, 그러면서 결코 양보하지 않는 원칙을 가진 깐깐함,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한 분야에 매진해 온 의지력.... 아, 자신을 ‘마음전문가’라고 지칭한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음’에 대해서는 나도 관심이 많으니까요. 언뜻 느껴지는 금욕적인 강단이 혹시 독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같은 여자로서 개인적인 관심입니다. 누구 아는 분 있으시면 확인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