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에 활 동작이 있지 않습니까?  엎드린 상태에서 두 손을 뒤로 하여 발목을 잡고 상체와 다리를 드는 자세이지요. 활 동작을 취하면, 팔과 배와 넓적다리를 포함해 모든 근육이  땡기고, 상체가 부들부들 떨립니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휴식 자세를 취하는데요. 왼 쪽 뺨을 바닥에 대고, 오른 쪽 팔다리는 90도 정도 꺾은 채로, 왼 쪽 팔다리는 편하게 늘어뜨린 채로 전신을 편하게 바닥에 붙입니다. 저는 이 자세가 세상에서 제일 편안합니다. 동남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납작한 도마뱀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어린 파충류처럼 작고 유연해져서 지구에 달라붙어 있는듯, 껴안은듯 마냥 좋습니다. ^^

인위적인 스트레칭을 마치고 편안하게 첫 숨을 토하는 순간은 감격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 이것이 호흡이야,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그러다가 깨달았습니다. 평소에 쓰지않는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스트레스를 주었기 때문에, 이 날아갈듯한 자유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런 느낌이 들자 전보다 더 열심히 스트레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천천히 좀 더 끝까지 목을 돌리고, 호흡을 참으면 잠시 후에 좀 더 충만한 휴식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긴장이 있어 이완의 맛을 알 수 있고, 스트레스가 있어 평화의 의미가 깊어진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침 딸애가 알바하는 곳에서 부딪친 문제 때문에 팔팔 뜁니다. 교대해줘야 하는 매니저가 3일이나 한 시간씩 늦게 왔다고 합니다. 아이는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그 문제에 감정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문제제기하고, 자신이 추가근무한 3시간을 면제받고 싶다고 합니다. 따지고 지적해서 시정되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더라, 오히려 문제를 문제삼지 않고 매니저의 마음을 편하게 해줌으로써 네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라고 말해주었습니만 흔쾌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제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설령 옳다고 해도 딸애가 겪을 만큼 겪은 뒤에야 깨달으리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단지 딸애의 스트레스를 포함해서 세상의 모든 문제가 삶의 일부인 것을 알 것 같습니다. 아무런 장애나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오히려 인간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일부 해외스타들이 제 무덤을 파는 행각을 보십시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신을 훈련하며 성장해나갑니다. 스트레스가 있어 하루에 리듬이 생깁니다. 문제없는 삶은 없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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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제 사촌여동생의 말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언니, 빚은 나의 힘이야. 빚을 갚느라 여기까지 왔어. 내 스승이야."

    2008.05.21 00:40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흐흠~~ 인생의 맛을 아는 사람이로군요. ^^

      2008.05.21 07:4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