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8. 5. 14. 20:57

imiuno님의 추억 포스팅을 흉내내서 옛날 이야기 하나 떠올려 보았다. ^^  그 많던 시간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http://blog.joins.com/media/index.asp?uid=imiuno



고인돌 시절 서오능이나 헌인능 쯤의 중2 소풍지, 한 떼의 아이들이 둥글게 모여 서 있다.  동그라미 안의 야전에서는 클리프 리처드의 Big Ship이 돌아가고 있다.  춤추며 놀고 싶은데 서로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서지 않는 거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그 어정쩡함이 싫었다. 그까짓 거 춤이 별거라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나는 선듯 동그라미 안으로 들어서서  음악에 맞추어 내 맘대로 겅중거렸다. 난생 처음 '춤'을 춘 것이다! 그 일로 '촌스러우면서도 대담하다'는 평을 들었다.

어설픈 내 동작에 힘입어 다른 아이들도 흥겹게 놀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뒤로 소위 '노는' 애들이 나를 상당히 우호적으로 대해 준 것은 기억난다. 나는 '노는' 그룹은 아니었다. 그리고 '노는' 애들의 중심에 '장미*'이 있었다.

이름값 하는 아이였다. 성숙함이 물씬 풍겼다. 키도 컸지만 묘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곱슬기 있는 머리에 핀을 잔뜩 꽂아 뒤로 넘겨 둥근 얼굴을 자신있게 드러내고, 교복 치마 허리를 두 어 번 감아올려  미니로 입고 다녔다. 우리들은 흰 양말 목을 한 번만 접어서 넙적하게 하고 다녔는데, 장미*은 세 번 까지 접어서 아주 얇게 만들었다. 그러면 다리가 길어보였다. 교복치마 뒤에 옷핀을 꽂아 주름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장미* 스타일의 완성이었다.
그 옛날 중2 때 무기정학을 맞았으니, 도대체 장미*은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신광여중 네모난 운동장 저 앞으로 장미*이 타박타박 걸어간다. 세월이 무색하게 선명한 이미지가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누가 있어 내 모습을 이렇듯 선명하게 기억해줄까.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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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흠흠...관찰력에 기억력까지. 소설을 쓰시면 잘 쓰실 것 같아요.
    장미*이라는 분의 교복패션을 연상하니, 우리 때의 속칭 날라리의 그 모습이네요.
    참, 선배님이셨죠. 헉~ 납작 OTL

    2008.06.17 21: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지난 일을 중점적으로 포스팅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놀랍게도 두 세 편 만으로도, 애잔하고 쓸쓸한 기분이 되는 거에요. 정신건강상 자주 하면 안되겠더라구요. ^^

      2008.05.21 07:39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