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 컬럼니스트 로저 로젠블라트는 어느날, 이상한 기사를 배당받았습니다. 골프장에서 자기들 경기에 방해된다며 거위 한 마리를 죽인 죄로 체포된, 메릴랜드 남자에 대한 기사를 쓰라는 것입니다. 이런 기사가 자기 차지가 되었다는 사실이 억울해서 그는 심드렁하게 선배에게 물었습니다.

“이 기사 제목으로 무엇이 좋을까요?”

“끼룩끼룩 울며 그의 유죄를 밝히다”


선배가 책상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하는 말을 읽으며, 나는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로저도 훨씬 가벼워진 심정으로 기사를 쓰지 않았을까요. 순간적인 웃음이 그를 짜증나는 상황에서 떼어놓았으니까요. 그는 우스꽝스러운 소재를 가지고 정말 웃기는 기사를 씀으로써, 독자에게 기분좋은 하루를 선사하고 싶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유머가 있으면 삶의 모순과 부당함을 슬쩍 비켜갈 수 있게 됩니다. 모든게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논리와 고정관념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줍니다. 그럼으로써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시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로저의 예화에는 유머의 작동기제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비판적이고 방어적이면 웃을 수 없습니다. 삶의 모순을 이해하지 못하면 웃을 수 없습니다.

어쩐지 유머는 우리 선배세대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군요. 의외로 고통과 체험에서 여유가 나오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인생은 접근해서 보면 하나의 비극이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의 코미디이다 .

-- 찰리 채플린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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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부족한 부분이 바로 유머가 없다는 것입니다. 항상 너무나 심각해요.
    너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삶의 여유를 좀 가져야겠습니다.

    2008.05.20 02: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쉐아르님과 제가 블로그 이웃이 되었나 봅니다.

      2008.05.20 07:31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