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나무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도종환 --


나는 무슨 일을 시도할 때 언제나 확률이 50프로라고 생각합니다.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러니 매사에 죽을 힘을 다해  매달리는 편이 아니고,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땅이 꺼질듯 절망하지도 않습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아예 의견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말씨름에 목숨거는 사람들 보면 참 신기합니다. ^^  다부지지 못한 내가 한심할 때도 있지요. 한번도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나를 오래도록 데리고 살다보니<!> 나에 맞추어 살만합니다. 이게 나로구나, 욕심은 없어도 마음의 여유는 누리고 살겠구나, 승부근성은 없어도 균형은 잡을만 하겠구나. 치열함만 보완한다면, 오래 걸어가기에는 내 성격이 나을지도 몰라~~  이렇게 되는 거지요.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도 않은’ 것은 산벚나무 뿐 아니라, 시인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도 그렇습니다. ^^  나이들어 좋은 것은 ‘나’를 긍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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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데이비드 알렌은 그의 책 GTD를 '물과 같은 마음 (Mind like water)'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합니다. 가라데에서 배웠다고 하면서요. 상황의 변화에 대해 조급해하지 않고, 자연스레 반응하며, 이후에는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물'처럼 우리의 마음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지요.

    현실을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08.05.20 02: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제임스 힐먼(James Hillman) 의 ' 변화하고자 열심이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게 내버려두고, 냉정하게 판단하지만 한편으로는 유쾌하게 더불어 사는 것...’ 이라는 자세 혹은 경지와 부합하는 말이네요. 저도 마음을 다해 지향하는 바입니다.

      2008.05.20 07:34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