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년’이라는 단어가 참 싫습니다. ‘유년’이나 ‘청소년’이 특정한 연령대를 가감없이 보여주는데 비해, ‘중년’이라는 용어에는 개성없고 몰염치한 아저씨 아줌마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년’이라는 용어대신 쓸 수 있는 말을 찾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가끔 ‘서드에이지’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중년’만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글의 맛이 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어쨌든 중년에는 이렇게 살아라~~ 하는 문화적 지침이 없습니다. 이 시기에는 아무도 새롭게 시작하거나 도전할 것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중년에는 적극적으로 성취해야 할 가치가 없고, 따라가야 할 역할모델이 없습니다. 정진웅은 이것을 문화적 각본이 사라졌다고 표현합니다. 사회가 문화적 지침을 줄 수 없다면 개인이 만들 수 밖에 없다고도 하구요.


‘문화’라는 말이 조금 거창한가요? 나는 문화란, 사람이 존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식주, 사고방식, 관계맺는 방식, 심지어 죽음의 방식을 포함해서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측면은,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가,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무엇을 하며 놀 것인가’의 세 가지입니다.


나의 삶의 조건을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 삶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능력은 곧 자기 형성의 능력이며 동시에 자기 긍정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을 때, 그 때부터 노화가 시작되고 뒷방늙은이로 전락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서둘러 ‘Second Life'라는 타이틀을 걸고 레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영부영 하다가는 순식간에 남이 만들어준 삶의 조건에 맞춰 살아가게 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껴서이지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길어진 인생을 향유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싶습니다. 내 문화는 내가 만들고 싶습니다.

참고도서- 정진웅, 노년의 문화인류학 , 한울아카데미 2006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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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미 만들고 계시지요 ^^;;

    2008.05.20 02: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오늘 아침 쉐아르님의 '댓글샤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표현입니다. 감사합니다. ^^

      2008.05.20 07:37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