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8. 5. 5. 18:07
새벽 두 시에 눈이 떠졌다. 좀처럼 없는 일이다. 여섯 시까지 글을 쓰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장면이 나왔다.
나보다 먼저 책을 내게된 후배가 나를 격려해주었다. 헐~~


사실 요즘은 책을 내는 일보다도 일이 하고 싶다.

갑갑해서 몸이 마구 뒤틀린다. ^^

'삶이란 나의 혼이 들어간 일과 다르지 않다'

전에 멋모르고 하던 말들이 가슴벅차게 다가온다.


좋아하는 빵집에만 가도 부럽다.

이십 년 동안 있는 힘을 다 해 빵을 만든 장인기질이 느껴진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갖가지 모양의 빵들에게서,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치즈케잌에서,

일한다는 것의 맛이 느껴진다.


무언가 내 안에서 꼬무락거리는 것이 있다.

그 생각을 하느라 새벽에 잠이 깬 것이다.

오랜 꿈이지만, 내 기질과 반대되는 요소도 있다.

전같으면 무조건 지르거나,

한 가지 싫은 점 때문에 전체를 버리는 짓도 많이 했지만

조금은 달라졌다.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어떻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해결하고

좋아하는 요소를 극대화하여 껴안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하긴, 철들 때도 되었지. ^^


정혜신은 여든 번 째 그림에세이에서

‘역사의 현장’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본인은 미처 몰랐겠지만, 어떤 이별이나 선택, 새로운 몰두가

이 후 그 사람의 삶에서 더할 수 없이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 되곤 한다는 것.


거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인데

맺음말이 일품이다.


어쩜 당신은 지금,

홀로 어떤 역사적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현장을 오롯이 볼 수 있고,

의미를 예견해야 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오직 단 한 사람 자신 뿐입니다.

그렇다.
오늘 새벽의 심란함을 역사적 순간으로 승격시키는 것은,
오직 나 하기 나름이다.
지금 이 순간은 물론 미래의 한 장면을 오롯이 그려보며,
의미를 만들어내야 하는 거다.
지.금. 여.기.에.서. 바.로. 내.가!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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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꽃

    오늘 세 번째 이곳을 들러 봅니다.
    이런 글을 읽으려고 그랬나 봅니다.

    "하긴, 철들 때도 되었지."에서 히히 웃으며.
    '철 안든 제비꽃이 철들기 거부하는 미탄님께' 드리던 편지도 생각나고.
    저도 빨리 철이 들어서 '역사적 순간'의 오롯함을 맛보고 싶어요.

    2008.05.05 21:33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다시 정혜신이네요.
      그니의 키워드인 '공감'을 비로소 확연히 이해했다고 할까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 제일 중요한 것이
      '공감' 같아요.
      그니의 단골 주제인 '자의식'도 좋구요.

      2008.05.05 23:18 [ ADDR : EDIT/ DEL ]
  2. @햇살

    정혜신님의 책을 읽으면서 미탄님이 생각이 났는데.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전 계속 일일 이라서 일 하기 싫은데. ㅋㅋㅋ

    2008.05.06 17:34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승부근성이나 직업적 전문성 면에서 여러 모로 부러운 분이지요.

      직장인의 로망이 한 달만 아니 일 주일만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근데 18개월쯤 쉬다 보니 그것도 아니네요. ^^ 내 강점과 기질에 맞는 일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구체화하느냐, 그것이 정말 큰 문제인 것 같지요.

      2008.05.06 20:34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