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책2008. 5. 1. 07:53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쓰기, 돌베개 2007

글쓰기에 대한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건가? 이 책은 요즘 내가 글쓰기에 대해 갖고 있던 고민을 일시에 해결해 주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문장으로 적절하기 그지없는 인용으로, 품격과 유머를 가지고 정곡을 찔러대는 통에 전율과 한기가 동시에 흘렀다. 무릇 이런 것이 글일텐데, 그렇다면 그 많은 책들은 왜 그렇게 돌아가고, 폼을 잡고, 말만 많은 것인가.


누구를 위해 쓰는가?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답이 있다. 자신을 위해 쓴다. 엄청난 수의 청중을 머릿속에 그리지 말자. 그런 청중은 없다. 독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사람이다. 편집자들이 어떤 종류의 글을 출판하고 싶어 할지 사람들이 어떤 글을 읽고 싶어 할지는 생각하지 말자. 편집자와 독자는 막상 글을 읽을 때까지 자신들이 무엇을 읽고 싶은지 모른다.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38쪽


‘엄청난 수의 청중이란 없다’ 이 문장을 읽으며 한숨이 나왔다. 대상독자라는 이름으로, 청중의 기호를 잡아채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에게 한 방 먹이는 표현이 아닌가. 한 가지 관심사에 똑같은 반응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대상독자 같은 것은 없다. 그들조차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있다. 눈앞에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일시적으로 우연히 때로는 아주 변덕맞게 반응할 뿐! 그러니 쇼를 하라! 세상에 없던 쇼를 하라!


나이야 어떻든 글을 쓸 때는 자기 자신이 되자.

대화로 편히 나눌 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글로 쓰지 말자. -40쪽


쳇~~ 다 좋은데 거기서 나이가 왜 나오냐? ^^  나이를 먹으면 뭔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는 이 편견은 철옹성처럼 단단하기도 하구나. 그런데 나이들었다고 해서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연령차별주의에 부딪칠 때마다 서서히 쫄아들뿐! 나이 때문에 늙는 것이 아니고, 생각 때문에 늙는다.

어쨌든, 대화로 편히 나눌 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글로 쓰지 말랜다. 기가 막힌 표현이다.


글을 애써 꾸미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보면 자신만의 것을 잃고 만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독자들이 금방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독자들은 진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만큼 지키기 어려운 원칙도 없다. 이 원칙을 따르자면 생리적으로 불가능한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긴장을 푸는 동시에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33쪽


내 속내를 알아주는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때처럼, 나자신이 되는 때는 없겠지.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편히 이야기를 나누듯이 글을 쓰라! 알았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 조금이라도 잘난척 하는 이야기는 한 줄도 쓰지 않겠습니다.


좋은 글쓴이는 글 바로 뒤에서 자신을 드러낸다. ‘나’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나’를 생각하면서 쓰거나, 초고를 일인칭으로 쓴 다음 ‘나’를 빼면 된다. 그러면 비인간적인 문체에 온기가 돌 것이다. -36쪽


변경연에서 메일링 서비스를 해 보니, 독자의 반응이 확연하게 갈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독자는 내가 ‘감성적인 속내’를 드러내는 글에 반응해주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나서 이처럼 명쾌한 해석을 듣고 나니,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이다. 글쓰기의 첫 번 째 원칙으로 껴안고 갈 것이다. 오직 나한테만 말해주듯, 귀에 대고 조목조목 일러주는 윌리엄 진서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궁극적으로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18쪽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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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을 통해 제가 전달하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겠네요. 안그래도 제 글에 힘이 들어가 있다 싶었는데... 저도 힘을 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도 이책 보고 싶네요. 객지에 살다보니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원서로 읽어도 이런 느낌이 들런지... 한번 찾아보기는 해야겠습니다.

    2008.05.02 04: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이렇게 간소하면서도 이렇게 명료한 깨달음을 주는 책은 처음이었어요. 강추! 합니다.

      2008.05.02 05:02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