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서원'은 부산시 남천동에 있는 작은 서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서점으로 유명하다. Indigo는 검푸른 색깔을 말한다. 운영자 허아람의 이름에도 쪽빛(藍) 이 들어가는데다 청소년을 상징하는 것으로 손색이 없는 네이밍이다.





2004년에 문을 열었다니 빨리 자리를 잡은 셈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대학입시에, 대학에 들어가서는 취업전쟁으로 획일화되어 있는 우리 교육현실에서, 청소년에게 인문학을 접하게 한다는 방상이 참 신선하다.





허아람은  창조적 부적응자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부산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논술강사를 할 때, 갖은 실험적인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자신을 찾았다. 그 작업의 확장으로 인디고서원을 시작해서 그런가 열정이 대단하다. 매월 '주제와 변주'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독서토론회에 유명저자들이 참가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대단한 노하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심껏 편지로 요청하면 대부분이 응해주더란다. 얼핏 봐도 박원순, 도정일, 최재천, 성석제, 장영희, 박홍규, 진중권, 강수돌, 김선우 등 화려한 얼굴들이 다녀갔다. 내가 좋아하는 책 '쾌락의 옹호'를 쓴 부산대 이왕주교수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





좋은 인문학 서적을 공급하고, 독서토론회와 청소년잡지 발행을 통해 청소년의 대안문화를 모색하는 본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기농 식당을 겸하여 수익금을 네팔의 도서관 기금으로 기부하고, 나무기증을 받아 서점 뒤에 숲을 조성한다. 허아람이 '인디고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라는 책을 펴냈으며, 독서토론회의 내용을 정리한 '주제와 변주'도 책으로 나왔다.
올해 8월에는 전 세계에서 45명의 작은 실천가들이 모여 '2008 인디고청소년북페어'를 가질 계획이다.  6개 대륙에서 문학, 역사·사회, 철학, 교육, 예술, 생태·환경을 대표하는 실천가들이 모인다.

그러나 인디고서원의 의미가 내 안으로 들어온 것은 이런 활발한 활동보다,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잡지 Indigo+ing 의 기자 윤한결의 인터뷰에서였다.
-- 2008. 2. 16일자 부산일보, '김수우의 아름다운 인터뷰' 에서 --





중학교 3학년 어느 하루, 맨 뒷자리 창가에 앉아있었죠. 한순간 고요해지며 영화처럼 교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뭔가를 설명하는 선생님, 하나 같이 뭔가를 쓰고 있는 아이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더군요. 모든 게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창밖에는 벚꽃이 지고 있었죠. 문득 난 왜 여기에 있나. 왜 모든 아이들이 공부해야 하나, 하는 의심이 생기더군요.

생각할 줄 아는 아이라면 누구나 질문할 수 밖에 없는, 그러나 대다수 아이들이 질문조차 않고 떠내려가는 우리네 교실현장에서 한결은 분명하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인디고서원에서 그 대답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살면서 뭐가 중요한지를 배웠어요. 가장 기본적인 것, 보는 것, 듣는 것, 걷는 것까지 다시 배우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엔 어려웠어요. 표현하려면 내가 나를 잘 알아야 하는데, 나 자신을 잘 모르니 내가 무엇을 말하려는지도 잘 몰랐죠. 그 다음엔 나를 알아도 표현하는 법이 어려웠어요. 진실한 나를 드러내는 데는 진실한 용기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뭘 하든 살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있기 위해 깨어있어야 하겠죠. 정신 안 차리면 휩쓸려버리니까요. 잠시라도 깨어있지 않으면 손이 금세 거짓말을 써버린다는 걸 인디고잉 기자를 하면서 배웠습니다.

시인 김수우가 썼듯이 나역시, '학교도 사회도 경쟁체제로 치닫는 시대에 순수한, 진실한, 그리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어린 철학자 윤한결 군에게서 진정한 삶의 용기를 발견한다.'  인디고서원이 한결에게 그만한 의미가 되었다면, 더 많은 친구들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한결이로 해서 내 안에 인디고서원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열정만을 믿기에는 너무 세상을 알아버린 오후, 조금은 심란한 내게 한결이가 최근 읽었다는 책의 구절 하나를 건넨다.

 난 살아있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
-- 마르케스, '기적을 파는 착한 사람 블라카만' 중에서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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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탄님 그동안도 잘 지내고 계셨네요.^^
    모처럼 들러 오늘도 글 잘 보고 갑니다.
    두어 달 사이 아이가 생겨 임신초기 증상으로 자고 먹고 울렁증으로
    정신없이 보내고나니 벌써 5월이에요.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그저 기쁜 마음으로 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인디고서원, 참 많이 들어 봤었는데 청소년을 위한 곳이라는 것은
    오늘 미탄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상처 많은 지구 위에서 싹을 틔우기 위해
    보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인디고서원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어요. ^^
    오늘도 좋은 글, 좋은 정보 읽고 갑니다. 또 들르겠습니다.

    2008.05.01 15: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완성모험가님 오랜만이에요. 안그래도 어제 뜬금없이 모험가님 생각을 했는데 무언가 통했나보네요~~
      그동안 큰 일이 있으셨군요. 축하드려요.
      그럼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맘껏 기쁨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인디고서원에 이끌리시나 봐요.
      저도 일상 속의 문화를 창조하는 제3의 공간에 관심이 많은데, 수익모델이 문제네요. ^^

      2008.05.01 20:40 신고 [ ADDR : EDIT/ DEL ]
  2. 트랙백을 걸었습니다. 인디고에 관심있으신 분을 뵙게되어 기쁘네요^^

    2008.05.17 01: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반갑습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젊고, 다시 놀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분이군요. ^^

      2008.05.17 08:36 신고 [ ADDR : EDIT/ DEL ]
    • 이렇게 멋진 글을 쓰시면서 별것도 아닌 제 글에 칭찬을 해주시니 원... 부끄럽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8.05.17 21:0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