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미탄통신2008. 4. 19. 15:33

스무 살 딸아이는 유머감각이 뛰어납니다. 어찌나 웃기는지  배꼽이 빠집니다. 너는 유머감각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면, 아이는 시무룩해집니다. 대답인즉, 엄마 앞에서만 웃긴다는 것입니다. 가끔 블로그에서 언급했지만, 딸과 나는 정반대의 기질을 가졌습니다. 내가 낭만적인 책상물림이라면, 딸은 전형적인 현실파입니다. 그런데도 사람을 불편해하는 성향만은 닮은 것 같습니다.

스무 살에 이미 나의 경제감각을 능가하는 딸에게 다른 것은 전수할 것이 없고, '관계'에 대해서는 해 줄 말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철없는 엄마와 현실적인 신세대 딸이 알콩달콩 좌충우돌 새롭게 적응해가는 과정도 기록해놓을만하겠다 싶었구요.

anyway~~ ^^
경험에 의하면 사람이 불편한 것은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지나치게 나를 의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나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나의 언행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계속 신경이 쓰이고, 어쩌다 발언했을 때 기대한 만큼 지지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면 기분이 급속도로 다운되는 마음작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온통 나에게로 쏠리는 관심을 슬쩍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 봅니다. 내가 그 사람의 근황에 대해 알고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궁금해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내 경우 놀랍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진정한 관심을 가진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대방도 나에 대해서 인간적인 관심과 호의를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은'  서로에게 '길들기' 이전 단계인데, 그저 무심하고 의례적인 대화에 상처를 입거나 불편해 할 이유가 없는 거지요.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아라,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도 나처럼 온통 자기 걱정만 하고 있다! ^^

그 다음에는 내 마음 속에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기호를 뒤집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서 참 민망하고 켕기는데요. 참 오래도록 내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고 멀리해 왔거든요. 자기변명을 하자면, 세속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 것은 아니다~~  나의 잣대라고 해봤자 자기 세계가 있느냐, 감수성이 발달했느냐, 자기 언어를 가지고 있느냐 뭐 이런 추상적인 기준이었다고 말하고 싶지요.

어쨌든 이 판단하는 버릇 때문에 나의 인간관계와 인생경험은 형편없이 축소되었습니다. 결국 나만 손해지요. 요즘 어떤 책에서 "한 가지만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데에는 다른 것들에 대한 경멸이 숨어있다"는 구절을 읽고 다시 한 번 반성했습니다. 기호를 뒤집어라, 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소통하는 연습을 한다면, 그로써 훨씬 풍부하고 재미있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부분에 땡기는 분은 요 책에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사람을 빼고는 삶을 이야기할 수가 없다. 하루 바삐 사람을 불편해하는 요인을 제거하고, 사람에게로 나아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일먼저 나 자신하고 딸에게 하는 말인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이지요. ^^

2007/11/12 - [좋은 책/인생의 필수품, 낙천주의와 유머] -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Posted by 미탄
TAG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저는 혼자만의 세상이 있고, 사람들과의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람들과 떨어져 있더라도 전혀 외롭다거나 힘들어 보이지 않는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요즘은 특히 더요. ^^

    2008.04.19 20:11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혼자놀기의 원조이니까 그럴수도 있겠네.
      철이 안 드는 사람들의 특징이 기본적으로 '자기보살핌'을 잘하거든. 그러니 현실감각 좀 떨어지는 건 감수해야지 뭐. ㅜㅜ

      2008.04.19 23:47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