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8. 4. 14. 00:14
 


The Oak

by Alfred, Lord Tennyson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Summer-rich

Then; and then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참나무

(앨프레드 테니슨)

젊거나 늙거나

저기 저 참나무같이

네 삶을 살아라.

봄에는 싱싱한

황금빛으로 빛나며

여름에는 무성하지만

그리고, 그리고 나서

가을이 오면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되고

마침내 나뭇잎

모두 떨어지면

보라, 줄기와 가지로

나목 되어 선

발가벗은 저 ‘힘’을.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가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The Oak’에 빗대어 멋진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윤교수는 이 시에서 두 가지 개념을 강조한다. 하나는 sober, sober의 사전적 정의는 ‘술에 취했다가 깨어난’ ‘헛된 환상 혹은 유혹에 취해 있다가 깨어난’ 바른 정신의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시인은 참나무가 봄에는 '황금처럼 밝다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고 하고, ‘가을이 오면 더욱 더 맑은 황금빛이 된다고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쓰고 있다. 영국의 참나무라고 해서 봄에 황금빛이겠는가. 봄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않고 받는 생의 선물이라면, 가을은 인생의 환상과 응석에서 깨어나야만 맛볼 수 있는 알짜배기 진국이라는 뜻일 것이다.

사람마다 인생의 어느 측면에 대해 무지와 편견을 갖고 있을 수 있다. 바로 그 치명적으로 약한 부분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통 속에서 조금씩 깨닫기도 한다. 신은 우리를 세월로 가르친다는 말처럼, 시간처럼 좋은 스승이 어디 있겠는가. 나역시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유아독존의 환상, 근거없는 과잉낙관주의, 관계에 대한 무지...에서 막 벗어났다. 그러느라 세월을 많이 허비했지만, 이제야 사람비슷한 것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  이 뼈아픈 각성의 맛이 ‘더욱더 맑은 황금빛’이 아니겠는가.

또 하나 윤교수는 ‘발가벗은 힘 naked strength'을 멋지게 재해석하고 있다. 나뭇잎을 다 떨군 겨울나무는 자신의 몸을 가릴 것이 없다. 한 때 무성했던 나뭇잎과 나뭇가지에 둥지틀었던 새, 나무그늘 밑에 와서 쉬던 사람들조차 모두 떠나고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벌거벗은 몸, 둥치와 가지 만으로 겨울을 나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위나 배경의 도움 없이 인간 아무개가 갖고 있는 본래적인 힘과 의지, ‘발가벗은 힘 naked strength'으로 우뚝 서야 한다. 그것만이 진정한 내 것이다. 그 힘으로 나를 세우고, 경쟁시대를 헤쳐나가며, 나아가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이 아닐까. 삶의 멋과 핵심을 아우르는 멋진 표현이다.

나의 '발가벗은 힘 naked strength' 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본다. 너무도 빈약해서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러나 너무도 빈약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살아볼 결심을 하게 된다.  결핍은 나의 힘이라고나 할까.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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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역시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유아독존의 환상, 근거없는 과잉낙관주의, 관계에 대한 무지...에서 막 벗어났다.

    왜 느닷없이 제 얘기를 하시나 했습니다^^
    건강하시죠?

    2008.04.14 21: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ㅎㅎ 그렇게 비슷하다면, 앞서 살아온 내 시행착오가 많은 도움이 되겠군요.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공감대가 넓어지기를 바래요.

      벚꽃과 영산홍이 바톤터치하는 좋은 봄날을
      맘껏 향유하시기를!

      2008.04.15 10:25 [ ADDR : EDIT/ DEL ]
  2. 제비꽃

    어제 꿈에 쌤이 보였어요.아주 멋진 모습이셨죠.
    챙이 얼굴을 반쯤 가린 클래식한 노란 모자를 썼고 어떤 남자분과 함께 서 있었어요.
    그리고 제 자동차가 고장나서 들른 정비소의 사장이 쌤 얘기를 하더라구요.
    미탄님이 얼마 전에 여기 들렀다가 자신의 일과 사람을 소개하는 글을 아주 잘 써주어서 행복했다구. 그 잡지를 보여주었어요.

    전 바퀴가 빠진 자동차를 힘겹게 밀어서 정비소에 갔는데,
    쌤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멋진 여성이 되어 있어서 기뻤어요.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쌤의 우아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어요.

    잘 지내시지요?

    2008.04.15 17:23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흐흠, 꿈풀이를 한 번 해볼까요? ^^
      제비꽃님은 무언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요. 바퀴빠진 자동차가 그것을 뜻하지요.
      제비꽃님은 당연히 그 문제를 해결하고,
      우아하고 지명도있고, 친구도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제비꽃님의 이상향에 쌩뚱맞게 저를 투사한 셈인데요, 나야뭐 나쁠 것 없지요. ^^

      요즘은 계속 '발가벗은 힘'에 대해 생각한답니다. 젊어서 바닥을 모르면 나이들어 힘들다더니, 다행히도 아직 힘은 안 빠졌고, 지금부터라도 바닥부터 기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은 있지요. 블로그 주소 알려주세요.

      2008.04.15 21:43 [ ADDR : EDIT/ DEL ]
  3. '발가벗은 힘'의 반대말은 뭘까요..
    명함의 힘이 아닐까 싶네요..
    많은 사람들은 자기 명함의 회사와 직책이 온전한 자신인 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을'이 되기 전엔 그걸 잘 몰랐죠. 대접 받았으니까요..^^
    을이 된 후 그걸 알았고, 병이 된 지금은 되려 좀 자유로워졌달까요?

    그나저나, 요 밑에 처럼 연필로 고래를 잡으려면
    연필로 어디를 공격해야 고래가 숨을 거둘까요? ㅋㅋㅋ

    2008.04.15 22: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인디언스에 지현씨가 올린 리뷰 보고 읽었는데, 정말 좋았어요. 저자는 1주일이면 그런 책 쓰겠더라구요. 그 경지에 도달하기까지는 30년쯤 걸렸겠지만요.^^

      2008.04.16 07:11 [ ADDR : EDIT/ DEL ]
  4. 비밀댓글입니다

    2008.04.17 02:0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