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고즈윈, 2008

딸애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확 달라졌다. 자기 스스로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표현할 정도이다. 천편일률적으로 대학입시를 강요하고, 학습으로만 한 개인을 평가하는 학교체제와 맞지 않았는데, 이제 반 사회인이 되어 아이의 현실적인 지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는 공간지능이 뛰어나다. 낯선 곳을 지도로 파악하고 찾아다니는 행위에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딸은 지난 성장기 동안의 서러움을 보상받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공부만 하라는 성적제일주의는 아니지만, 책과 창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서 받은 서러움 말이다. ^^


또 딸애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외발 자전거를 사서 혼자 훈련하는가 하면, 언제고 승마나 패러글라이딩을 해 보고 싶다고 한다. 전에 피자 만드는 알바를 할 때, 일을 빨리 배워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저런 일들을 경험하며 딸애는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깨달았고, 자기 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라는 표현이 있듯 나는 평균치 이하로 공간지능이 떨어진다. 그러니 둘이 외국여행을 갔을 때는 딸을 졸졸 따라다녀야 한다. 여행 중에 저녁이면, 나는 여행기를 쓰고, 아이는 금전출납부를 쓰고 있었다! ^^

내게 절대적으로 부족한 공간지능, 현실적 감각을 리드하며, 아이는 독립하고 자신감을 얻었다. 그 덕분일 것이다. 아이는 눈에 띄게 아름다워지고 있다. 스무 살... 충분히 예쁠 나이지만, 자기 스타일을 찾았다는 행복감과 자신감에서 나오는 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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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가 성장할 때에는 초보엄마인 내게 아이의 개성을 발견할 능력이 없었다. 내가 가진 최선의 가치인 책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가 속상했다. 엄마에게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아이는 자주 자신없어하고 위축되는 것 같아, 그것이 또 속상했었다. 아이는 책에서 배우는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아이는 책상물림인 나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즐겁게 살아가리라는 것을.


이쯤에서 고백해야 할 것이다. 이제 상황은 역전되었다. 아이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아이의 눈에, 낭만적이고 철없는 엄마의 행각이 눈에 차겠는가? ^^ 어쩌면 아이는 조금은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자신의 판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던 엄마의 실체<?>를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아직은 혼란스럽다. 자연스럽게 ‘엄마’라기 보다는 ‘친구’에 가까운 관계가 된 것 까지는 좋으나, 가끔 두 역할의 균형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품 안의 어린 딸이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딸에게서 평가받는 심정이 편치않다. ^^


도저히 서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인 두 사람이 모녀라는 이름으로 한 데 묶인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다른 기질은 시시콜콜 부딪칠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다름’은 공존할 수 없는 ‘갈등’으로 번져나갈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우리의 기질은 다르다. 그래도 나는 딸이 자신의 장점과 스타일을 발견한 것이 기쁘다. 딸 뿐만 아니라 이 세상 그 누구도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자기답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즐기고 서로 조율하는 과정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몰라 방황하는 것 같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기다움’을 아는 것이 필수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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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에서 나온,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는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책이다. 저마다 스타일이 다른 6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문요한은, 지나온 삶을 길게 펼쳐볼 것을 제안한다. 삶을 길게 펼쳐놓고 어떤 시기에 내 삶이 빛났고 왜 빛났는지를, 어떤 시기에 삶이 어두웠고 왜 어두웠는지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선명하게 드러난 경험에서 자신의 강점을 찾고, 부정적 경험에서조차 긍정적 측면을 찾아보자고 한다. 그는 이 방법을 ‘산맥타기’라고 부른다.


카이스트를 나와 쌩뚱맞게 한국카네기연구소에서 ‘리더십강사’를 하고 있는 박승오는, 부모님의 모습에서 우리의 기질적 특성을 확인하는 “DNA코드발견‘에 대해 썼다. 자식이 부모닮지 누구 닮겠는가마는, 박승오 특유의 감성적이고 맛깔스러운 글을 읽다보면, 부모님과 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부모님과 더욱 친근해지는 부수효과까지 있다.


막 대학을 졸업하고 인터넷신문에서 일하는 김귀자는, ‘욕망요리법’에 대해 썼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것은 내 안에 그것에 반응하는 ‘무언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욕망을 따라가라, 그로써 내면의 소리를 들어라. 이 경우 진짜욕망과, 단순동경, 심리적 중독 같은 유사 욕망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직 학원장 출신 한명석은 <접니다. ^^> ‘몰입경험’을 분석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깊이 빠져들었던 일 속에 내가 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일은 자꾸 반복하기 마련이고, 자꾸 하다보면 남들보다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적 기준을 따라가는데 만족할 수 없는 사람, 자기목적 수행에 커다란 가치를 두는 사람, 창조적 소수자, 질문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방법이다.


16년간 IT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오병곤은 ‘피드백 분석’에 대해 썼다. 피드백 분석이란, 여행, 취업준비, 프로젝트 수행, 다이어트 등 모든 일의 목표와 결과를 비교하여, 그 과정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이다. 피터 드러커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추천한 방법이다. 스스로 자기 행동을 되돌아보는 것 만큼 확실한 것이 어디 또 있겠는가. 자신의 강점은 물론 어떤 지식과 기술, 습관을 더하고 고쳐야 하는지가 명확해진다.


경영컨텐츠를 연구하는 홍승완의 방법론은 ‘내면 탐험’이다. 내면탐험은 MBTI나 스트랭스화인더 같은 전문검사도구와, 일기장 같은 내부 기록물, 타인이 바라본 나를 종합하여, 나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다. 외부적인 관점과 내부적인 관점을 아울러, 좀 더 체계적으로 나의 강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밖에 포항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김달국은, 6개의 방법론을 상징하는 우화를 선별해주었다.


서점에 책이 넘쳐나지만, 내게로 와서 나의 삶을 바꿔주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너무 어려운 인문서도 많고, 너무 얄팍한 실용서도 많다. 이 책은 자신의 삶에 성실하게 마주선 6명의 자기탐험이라는 점에서, 당신에게도 암시하는 바가 있으리라 본다. 나는 당신이 이 책의 안내를 받아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라는 꽃으로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 나와 내 딸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의 행복이란, 그것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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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죠.
    "그건 너답지 않아!" / "나다운 게 뭔데?"
    상투적인 대사지만 그 뒤에 남는 생각의 꼬리가 길죠.
    나다운 걸 찾기는 어렵고, 너다움을 찾아주기는 더 어렵고,
    그 너다움을 인정하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죠.

    특히 '너'가 자식이라면,
    그냥 적당히 내가 바라는 기질과 재능이 있기를 바라죠.
    자식이 너무 나와 다르거나 혹은 너무 같거나.
    인정하기 가장 어려운 경우라 생각합니다.

    2008.03.31 22: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승범씨가 어렵다고 말한 것들이,
      나는 다 되는데요? ㅎㅎ
      누구에게선가 '진정한 개인주의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내게 그런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세상 모든 것을 낯설게 본다'는 경향도 있구요.

      때로 이런 내가 두려울 정도라니까요. ^^

      2008.04.01 07:50 [ ADDR : EDIT/ DEL ]
    • 그러니까 선생님이 대단한 거죠...^^
      아버지와 형, 아버지와 저 그리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에서 그런 걸 느껴요.
      기대 혹은 욕심 그런 것들.

      2008.04.01 08:40 신고 [ ADDR : EDIT/ DEL ]
    • 내가 대단할 것은 없구요,
      정말 대단한 사람 중에서 비슷한 기질을 발견한 적은 있지요. ^^

      '열정과 기질'인가 두꺼운 책에서 간디의 기질을 분석해 놓았는데, 다른 곳에서는 부각되지 않는 그의 심층적인 심리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지요.

      하나는 조금 거시기하고, ^^
      하나는 손주 같은 직계가족에게 잔인할 만치 냉정했다는 점인데요, 혈연에서 자유로운 대신 민중에게 혈연을 뛰어넘는 열정을 가졌다?

      너무 위대한 인물과 비교해서 그야말로 좀 거시기하긴 하지만, 분명 비슷한 기질이라고 느꼈지요.

      2008.04.01 18:10 신고 [ ADDR : EDIT/ DEL ]
  2. 최지설

    ㅎㅎ 최근에 블록질을 전혀 안 하고 블록 방문도 안 하다가 역시 글쓰기 몰입 경험을 갖고 계신 한 지인을 통해 출간 소식 듣고 왔습니다~!
    출간 축하드립니다~!

    2008.04.02 15:14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마워요.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이 알려주었다는 부분이 더 반갑네요. ^^

      2008.04.02 16:07 신고 [ ADDR : EDIT/ DEL ]
  3. 몰입을 통해 찾아가는 방법은 저의 삶에도 큰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좋은 글 써주신 미탄님께 감사 드립니다.

    자주 오겠습니다.

    2008.04.09 08:07 [ ADDR : EDIT/ DEL : REPLY ]
    • 반갑습니다. seokzzang님.
      저도 덕분에 시온이 사진 보며,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정말 한창 예쁠 때에요.
      갑자기 이 세상 모든 처음.... 모든 어린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봄을 타는 것도 아닌데? ^^

      2008.04.09 09:1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