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D 도마/헨리 드레허 지음, 자기보살핌, 한문화, 2002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세상에 달랑 혼자 내던져진 것같고, 주변에는 온통 내가 보살펴주어야 할 사람 뿐이고,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도 꼬이고, 한 마디로 말해서 사는 일이 ‘개떡같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그럴 때 다음과 같은 일을 해 보라고 시시콜콜 친절한 조언을 모아놓은 책이 있다.  어디 한 번 그 리스트를 보자.


- 해먹이나 푹신한 소파에 조용히 누워 기분이 상쾌해질 때까지 푹 쉰다.

-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거품 목욕제나 향기나는 오일을 풀어 넣은 욕조 목욕을 한다. 욕조 가장자리에는 촛불을 켜자. 오일을 이용하면 목욕이 일종의 아로마 요법이 될 수 있으므로 가장 편안한 감각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향을 고른다.

- 뜨거운 닭고기 수프나 상큼한 야채 수프를 마음 보살피기 상태에서 즐긴다.

- 피로, 두통, 집중력 저하 등과 같이 녹초가 되었음을 말해 주는 징후가 나타날 때마다 무조건 낮잠을 잔다.

- 배우자나 애인 혹은 친구에게 향기 나는 오일로 당신의 등을 문질러 달라고 부탁한다.

-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언이 나오는 비디오를 빌려다 본다.

- 자신의 몸을 마사지한다. 이마, 가슴,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부위의 두툼한 근육, 팔, 복부, 허벅지를 문지른다.

- 좋아하는 허브 티를 고른다. 머그 컵에 뜨거운 물을 붓고 당신의 목구멍과 뱃속을 따뜻하게 하는 차의 맛과 향을 느끼며 천천히 마신다. 쓸데없는 생각은 꺼 버리고, 오직 차를 마시는 간단한 행위의 연속적이고 우아한 움직임과 그 순간, 순간에만 집중한다.


마치 어린 아이를 돌보듯,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풀듯 자기 자신을 정성스럽게 보살피라는 지침이다. 맛있는 음식, 정신적 지지, 자신을 지켜주는 따뜻함, 유용한 도움, 현명한 가르침을 누구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에게 제공하라는 것이다. 왜 그래야만 할까? 모든 감정, 모든 관계의 기본은 자기표현, 자기사랑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기애가 있어야만 내 일을 주도해 나갈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이로부터 칭찬을 들으면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외부의 격려에서 아무런 동기부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므로 밑빠진 독과 같다.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기도 어렵거니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나아갈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엔진없는 자동차와 같다.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끈 떨어진 연과 같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보살펴라. 그것은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바람직한 존재와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이다. 저자는 자기보살핌으로 심신을 치료하는 임상경험을 토대로 자기를 보살피는 방법에 대해 상세한 저술을 해 놓았다.


자기를 보살피는 방법을 크게 나누어보면, 이완과 명상, 부정적인 사고방식의 재구성, 신체보살피기, 글쓰기, 대화 대면하는 요령익히기, 기도, 체념 등이 있다. 이완과 명상은 ‘마음 바라보기’ 훈련이다. 모든 걱정과 불안, 두려움, 희망과 환상같은 생각을 벗어놓고, 조용히 앉아 호흡에만 집중한다. 들고나는 생각에 대해 어떤 판단도 내리지 말고, 자신을 나무라지도 말고 서서히 호흡을 자각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그로해서 무슨 일을 하든지 전념할 수 있는 능력, 현재에 머무는 능력을 터득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부정적인 생각의 재구성이란,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외부에 의해 주입된 부정적인 생각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한 두 번의 실수를 일반화해서 자신감이 없어졌다든지, 남들이 무심히 던진 부정적인 평가를 내면화해서,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긍정적이고 새로운 자아상을 갖게 된다.


예> 부정적인 생각: 나는 예술가가 될 자격이 없어

    재구성된 생각: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모차르트나 렘브란트처럼 하느님으로부터 비범한 재능을 부여받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이제는 우리 모두에게 예술적 표현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내 자긍심이 낮았기 때문에 그런 태도를 취했던 거야. 내게도 그림을 그릴 권리가 있어. 그리고 창조성을 개발시키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은 내 책임이야.


신체를 보살피는 요령에 대해서는 글의 앞부분에 자세한 예시를 들었다. 몸의 영혼!>을 숭배할 수 있는 행동이나 물건이라면 무엇이든지 그대에게 행동으로 옮겨주어라. 일상의 스트레스에 찌들려 잊혀진 감각적 자아를 보살피기 위해, 저자가 권하는 방법은 천천히 하는 것이다. 오감을 열어놓고 청량한 공기와 대지를 느끼며 천천히 산책하고, 미각을 개발하듯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내 몸의 독특한 관능적 특질을 탐색하며 천천히 섹스하라. 최종결과인 오르가즘에만 중시하지 말고 매순간 쾌락을 찾는 일에 집중하라.


또한 저자가 자기감정을 표현하고 실행하는 방법으로 끈질기게 강조하는 것은 바로 ‘글쓰기’이다. 내게 일어난 모든 사건과 감정을 글로 쓰라. 그럼으로써 슬픔과 불안과 분노를 흘려보내라. 누군가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에게 보낼 편지와 보내지 않을 편지를 나누어서 써 보라. 보낼 편지를 쓸 때는 정직하되 너무 자기 감정에 빠지지 말라. 상대를 비난하지 말고 당신의 입장과 감정을 분명히 밝혀라.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면서 당신이 발산시키지 못한 분노와 원한의 어두운 면을 탐색하는 기회로 삼아라. 글로 씀으로써 당신은 감정을 내려놓게 된다. 과거에 덜 매달리게 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훨씬 자유롭게 된다.


결국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자신을 보살핌으로써,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감각을 활짝 열고, 삶에 대한 왕성한 식욕을 되찾으라는 것이다. 누군가 내게 해 주었으면 하는 일을 스스로에게 해줌으로써, 모든 삶의 출발이 나 자신임을 명확하게 한다. 그런데 아주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까지 보이는 저자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체념’에 대해 이야기할 때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추구하며 저자는 말한다. 체념은 힘들지만 보람있는 기술이라고. 그것은 초점이 있는 항복이며, 포기가 아니라 마음과 영혼을 다해 열심히 노력한 후에 보다 높은 권능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나는 이 부분에서 저자의 지혜에 탄복한다. 이러한 통찰 덕분에 저자의 자기보살핌이 더욱 빛난다. 인생을 살아가며 집중과 체념을 반복해, 의도적인 행동과 평온한 수용 간의 균형을 잡는 훈련을 하고 싶다.


이제 자기보살핌의 최종목표에 대해 말할 때가 되었다. 자기보살핌은 아주 커다랗고 완성된 그 무엇이다. 당신의 이미지, 당신의 소명, 당신의 운명을 찾아내라. 찾아내기만 하면 당신자신을 그 이미지와 조화시키고, 그 소명을 완수하고, 당신만의 운명을 실현시키는 일이야말로 자기보살핌의 극치이다. 어떤가, 아로마요법이나 발맛사지에서 시작해서, 이렇게 멋진 결론을 이끌어내다니, 정말 멋진 책이 아닌가?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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