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사진의 힘2008. 2. 19. 12:38

좌린과 비니의 사진가게 상세보기
좌린과 비니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함께 지내는 시간이 너무 짧아 결혼했고, 함께 있어도 아쉬움이 많아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는 부부 좌린과 비니. 그들이 408일 간의 세계 일주를 통해 사진에 담아낸 세계 곳곳의 일상과 따뜻한 감성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나선 여행길에서 그들은 위대한 자연에 압도당하고, 멋진 풍경에 넋을 잃고, 낯설지만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전혀 다른 삶을 체험해 보고, 길 위에서 서로의 존재를

그 때만 해도 세계여행 떠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단다. 서른 살의 젊은 부부는 2003년 3월 5일 한국을 떠나 408일 동안 22개 나라를 여행했다. 대학의 사진동아리에서 만난 커플답게, 3년차의 무난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세계여행 길에 떠나기로 의기투합하는 부부란 얼마나 신날까. 여행에서 돌아와 홍대앞 놀이터에서 사진을 팔기 시작하며, 누군가 자기들의 사진을 사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는 그들.

그들은 이내 자신들의 책까지 갖게 된다. 독특하고 멋진 사진에 붙여진 글이 인상적인 아주 예쁜 책이다. 전에 어느 시인이 자신의 첫 시집을 1년간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더니,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독자의 입장에서 봐도 너무 부러울 정도로 예쁜  책,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디카로 그들의 책에 실린 사진을 찍는 동작이, 마치 남의 글을 열심히 베끼는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다.  남의 글을 필사하는 행위가 내 글을 쓰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되듯이, 내가 사진의 세계로 깊이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좌린과 비니의 사진은 참 좋다. 사진에 붙인 짧은 글에서 예사롭지 않은 성찰이 뿜어져 나와 더욱 좋다.

"어떤 대상을 알고자 할 때는,
우선 윤곽을 파악하고,
다음으로 세부 구조를 분석하여,
마지막으로 속성을 밝혀내는 게
공정한 순서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순서를 뒤집어
윤곽 만으로 속성을 파악한 후
세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가진 지식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호시탐탐 나에게 사기를 칠
기회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에 갇히지 않고 늘 뒤집어보는 자세에서 개방과 자유의 본능을 느낄 수 있다.  아마 그들은 사진을 찍다가 얻은 깨달음이겠지만, 사진 뿐 아니라 학문이든 여행이든 충실하게 몰두하다보면 다른 것에 대한 이치도 깨달을 수 있다. 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다른 분야로 전이되는 것이다. 세계의 풍광을 맛보며 사진찍기로 훈련된 덕분일까, 그들은 사진에 대해 좀 더 다가가고, 자신의 예술행위에 대해 미안해할 줄도 아는 속깊음을 보여준다.

"사진을 찍는 것은 무한히 넓은 공간을
손톱만 한 프레임에
가둬놓고는
그 속에 반짝이는 것 하나 찾는 것이다."

"홍대 앞에서 사진 팔다가 나뭇잎 한 장 찍어서
또 팔고 앉아 있는 나 자신이
문득 칼만 안 든 강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그들의 사진 중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것들은 이런 것이다. ㅎㅎ 책에서 옮겨 찍었어도 봐줄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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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건물, 이집트 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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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어망, 인도 카나쿠마리
아니, 별로 봐줄만하지 않구나 ㅜㅜ  실제 사진은 훨씬 선명하고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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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사막, 요르단 와디럼

많이 흔들렸지만 그냥 올린다. 이 사진에 붙인 글도 일품이다.

"붉은 사막을 보고 왔다는 게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요르단에 가면 말이야 . 붉은 사막이 있는데 모래 색깔이 진짜로 빨개
술 마시고 허세.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게 있기에 사진을 찍고,
사진으로도 전해지지 않는 게 있기에 가보는 것이다."


붉은 사막을 보고 왔다는 게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을 확대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408일 동안 세계여행을 했다는 게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좀 더 확대하면
평생을 살아낸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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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닝, 인도 카나쿠마리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나 진행 방향에 맞춰서 카메라를 좌우로 이동시키는 촬영기법이 '패닝'이란다.
아~~  제주도 두모악 갤러리에 뼈를 묻은 김영갑의 사진에 많이 쓰인 기법이로구나,
그의 사진에서는 바람이 느껴져서 신기하던 마음이 조금 시무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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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아프헨티나 칼라파테


이 사진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있다. 그렇다. 이런 마음 때문에 우리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내 사진을 보아주는 '너'가 없이는 '나'도 없고, 내 사진도 없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너'의 시선과 이해 안에 꼼짝없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나 늦게 발견한 관계와 소통의 비밀 앞에 잠시 두려워진다.
아직도 천방지축으로 나밖에 모르는 내가, 과연 진정한 소통에 다가설 수 있을까.


"홍대 앞 희망시장에서 누군가가 이 사진을 사 갔다.
몇 시간 후에 그 사람이 다시 와서 말하기를,
이 사진이 너무 쓸쓸하여 도저히 집에 두고
볼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사진으로 바꿔 가도 되겠는가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아주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사진 찍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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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크리스마스, 스위스 라우터브룬넨

어디엘 가나 사람이 있고 집이 있고 마을이 있다.
어쩌면 우리의 모든 표현행위가 사람과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삼 내가 살아있다는 것,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살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것, 그 터전이 소중해지는 심정이다.  이렇게 군락으로 모여살든, 아니면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버림받은 교회처럼 달랑 혼자 남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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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교회, 칠레 산페드로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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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학교 도서관에 사진에 관한책이 많이있는데. 저도 거기에서 이책을 봤어요
    이렇게 재미있게도 살 수 있구나 싶었는데.

    그리고 고 김영갑선생님은 저도 무척 좋아하는 작가에요.
    제주도 풍경을 담아낸 사진집을 보고 정말 반했지요.
    그 사진들을 보고 저도 감히(?) 바람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구요..
    그래서 그학기에 사진예술의 이해라는 수업에 과제로 제출한 포트폴리오의 주제가
    바람이었어요. 하지만 생각만큼 바람을 담아낸다는건 쉬운일이 아니었지만요..ㅎ
    아무튼. 그런경험이 있어서ㅎㅎ 이렇게 댓글을 남겨요

    저도 사진에대해 아주 잘아는것은 아니지만..
    패닝은 주로 움직이고 있는 물체(자동차, 오토바이, 말, 빠르게 달리는 선수등..)
    를 부각 시켜서 그 물체에 초점을 맞추고,
    그 물체가 이동하는 속도에 맞춰, 물체가 이동하는 방향으로 카메라가 물체를 따라가며 사진을 찍는거에요. 그러면 물체에만 초점이 맞고 배경은 흐르는것처럼 찍혀서 더 속도감이 있게 느껴지죠..
    혹은.. 달리는 열차나 자동차 안에서 창밖 풍경을 찍을때 사용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패닝으로 풍경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은 못해보고ㅎㅎ;;

    바람을 어떻게 찍었을까 했을때 전 셔터를 오래 열어둔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따라 찍어보기도 했구요..ㅎㅎ;;
    예전에 저희기 신인전때 익현이가 찍었던 시장사진 혹시 기억나세요?
    시장 사거리를 위에서 찍은 사진인데..
    1분동안 셔터를 열어놓고 찍어서. 그동안의 움직임이 그대로 필름에 담겼지요..(장노출..이라고 할수도 있구요..ㅎ)
    물건들은 그대로인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그 움직이는 동선이 그대로 잡혀서
    신기한 느낌을 주는 사진이었는데.
    전 그렇게 하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람부는동안 셔터를 열어두면 찍을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도전해 봤구요..ㅎ

    하지만 저도 전문가가 아니니 김영갑선생님이 어떻게 사진을 찍으셨는지는 잘모르겠어요..ㅎㅎ 또 잘아는분이 있으면 댓글을 달아주시겠지요.

    좀 대단하게 느껴졌던 사진이 그냥 카메라를 움직여 바람이 부는 느낌을 주게 했구나
    하는 생각때문에 마음이 조금 시무룩 해지셨을지도 모르겠어요-ㅎ
    어떤 방법으로 풍경을 담았든. 느낌과 감동을 줄수있는 사진이라 정말 좋은것 같아요~
    '삽시간의황홀'을 담아내는것은 기법만으로는 모자란 것이니까요..

    시무룩한 마음 조금 풀리시라고~^^..

    전 오빠가 훈련가기 전 (지난주말)에 좀싸웠더니.
    화해를 하긴 했지만. 영 마음이 안좋네요..
    아주 가끔이긴하지만 이럴땐 저도 참 시무룩해 지네요ㅠ
    시무룩한 저에게 친한친구는
    홍락오빠가 원래 그런사람이었는데
    여태까지 네가 보지 못했던걸 수도 있다고
    니가 드디어 콩깍지가 벗겨지는거야! 이러면서
    위로(?)를 해줬어요..ㅎ

    여기 놀러오면 저도 빨리 블로그 해야할것 같아요..ㅎ
    아무튼 또 놀러 오겠습니다-

    2008.02.19 15:59 [ ADDR : EDIT/ DEL : REPLY ]
    • 하하 알았어. 일단 김영갑님이 사용한 방법은 패닝이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은 기억해둘꺼구,
      어제 어떤 사이트에서 사진의 색깔은 물론 느낌을 완전히 바꾸는 걸 보고 생긴 의문이 남아있었을거야

      위 책의 저자 좌린도 담쟁이 사진에서 거슬리는 가지 하나를 지울까 하다 말았다는 게 있더라구. 반 이상 만드는 거네~~ 하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야.

      사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위 글을 보더라도 표시를 하지 않지. 일러줘서 고마워. 책을 디카로 찍으면서 우습기도 하고, 있는 스캐너도 쓸 생각을 안하니, 참...

      콩깍지에 대해서는 나는 일단 방임주의지만,
      콩깍지가 벗겨져도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사이가 진짜 사이일 걸, 데이트상대이든 친구이든.

      희정이 글 읽다보니,
      '시무룩'이라는 단어가 친근하게 느껴지네
      잘난척하는 고독이나
      살짝 침울한 우울보다
      언제고 털고 일어날 수 있고 쏠리지 않는
      참 좋은 상태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자주 '시무룩'해지자구. ^^
      응, 또 놀러와

      2008.02.19 17:29 신고 [ ADDR : EDIT/ DEL ]
  2. 김영갑 님 사진에 대한 일화.
    저 역시 김영갑 님을 좋아합니다. 책(<그 섬에 내가 있었네>)을 볼 때마다 김의철의 '저 하늘의 구름따라'(김광석이 다시부르기에서 부른 '불행아')가 떠오르곤 하죠.. 지난해 임종진 선생님 사진반 들을 때, 제주도 취재 간 선배가 둘러볼 곳을 소개해달라 하여, 두모악 갤러리를 추천했죠. 저는 못가봤지만..(갤러리도 제주도도ㅠㅠ) 다음날 전화가 왔어요. 의기양양하게 그랬죠.
    "형, 어때? 죽이지?"
    "무슨 사진이 다 그렇게 초점도 안맞고 그래?"
    헐~

    암튼,
    잘 지내시죠? ^^

    2008.02.19 20: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나 하는 짓 너무 웃기죠? ^^
      지나다 보는 사람들이 웃겠어요.
      사진집에서 사진을 찍어놓고 좋다고 하고~~ ^^
      에고, 워낙 기계를 만지는 걸 싫어하는데
      블로깅에 맛들이니까, 이미지가 당장 급하네요.
      아, 사진 맘놓고 쓸 수 있는 사이트 아는 곳 있으면
      알려주세요!

      2008.02.19 21:33 신고 [ ADDR : EDIT/ DEL ]
  3. 송반장님이 블로그 특강할 때 적어놓은 수첩을 보니
    음악은 anybgm.com, 사진은 flickr.com 오디오 비디오는 ourmedia.org라고
    적혀있네요..
    근데 들어가봐도 잘 모르겠어요...
    사진은 로그인을 해야 볼 수 있는 것 같고...
    잘은 모르겠는데, 일단 '노트필기'상으로는 그렇게 되어 있어요..
    아님 이미지판매 사이트들도 많은데,
    그런 데서 이미지 다운 받아서 쓰는 건 불법이지 싶어요...워터마크가 있긴 하지만.
    그냥 돌아다니면서 보시기만 하세요.. 이미지클릭, 토픽포토, 타임스페이스..
    이런 사이트들 보면 사진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많아요..
    다만, 워터마크가 있는 건 그냥 써도 되는지 그걸 몰겠단 말씀입니다요...

    2008.02.20 16: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미탄

      아이고, 고마워라~~
      답변해주려고 그 당시의 '노트필기'까지 확인을 하셨다는 말씀? ^^
      그리고 '노트필기'라는 표현이 너무 참신하네요.

      아~~ 나는 김태우 북세미나 가려고 옷까지 입었다가, 너무 멀어서 주저앉고는, 나는 왜 이렇게 게으를까~~ 자괴감에 시달리다 겨우 추스르는 중.
      왕복 4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잖아. 그 시간에 책 한 번 더 읽자. 너무 너를 비난하지마. 흑흑

      2008.02.20 18:31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