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 - leejeonghwan.com

블로그를 이력서 대용으로 활용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어디사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합리적인 것 같다. 블로그는 일회적으로 작성하는 자기소개서와 비교할 수 없이 방대한 자료로 한 사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보통 전문블로그에는 특정주제만 부각되고 인간적인  면모는 배제되는 수가 있는데, 나는 한 사람의 관심사가 모두 드러나는 종합판이 더 좋다.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하나는 모든 지식은 감성적이라는 것. 어떤 지식도 감성을 타고 전달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해가 아닌 각성을 해야 변화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앎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이 중요하듯이, 지식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내 삶에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가 배제된 지식보다는 저자를 드러내주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 째로 블로그가 탁월한 점은 쌍방향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데 있는데, 바로 이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전문지식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 각광을 받고있는 스토리텔링도 여기에 연유한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이런 생각을 leejeonghwan.com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포스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제, 신자유주의, 사회적연대... 를 나는 읽지 않았다. 그대신 12개의 글이 올라있는 ‘디자인’ 카테고리와 10개의 글이 있는 ‘여행’ 카테고리에서 많은 암시를 받았다. ‘야학’ 부분에서는 거의 신선함을 느낄 정도였다. 아직도 야학에 참여하고 고심하는 사람이 있다니!

‘자취생들을 위한 간편요리 조리법’이라는 제목으로 16개의 요리가 올라와 있다. 깍두기볶음밥, 소고기볶음밥, 달래나물비빔밥... 등 초간편 요리사진을 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요리전문 블로그의 화려한 사진에 길들여진 탓이다. 밥이든 반찬이든 똑같이 생긴, 아무래도 플라스틱 같아보이는 국그릇에 담아놓고 찍은 사진이 너무 재미있었다.

딱 한 편이지만 ‘동화’도 이 블로거의 면모를 짐작하게 한다. 저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을 능가하지 못하는 ‘창조적 소수자’는 좀 따분하긴 하지만 ^^, 닭장 밖을 꿈꾸는 병아리는 언제나 우리 편이다.

“늙은 개님은 어디까지 가 봤어요? 끝까지 가봤어요?”


2006년 10월 발행된 ‘시사인’ 5호의 어느 기사 중 소개된 내용으로 보아, 이 블로거는 전문기자로 보인다.

“블로거들의 만족도와 자부심은 무척 높다. 이정환닷컴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정환씨는, 이른바 파워 블로거다. 이정환닷컴은, 1인 독립 언론이라는 블로그의 이상론에 근접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한겨레 <이코노미21>과 <월간 말>, 한국경제 <프로슈머>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그는 “한동안 우스갯소리로 ‘내 직업은 블로거다. 회사는 블로거로 살기 위해 생계비를 벌려고 다닌다’고 말하곤 했다”라고 말한다.

그는 블로고스피어(블로그들의 연대로 만들어지는 사이버 공간)를 통한 소통과 담론의 형성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는 “내 글에 붙은 댓글이나 트랙백을 따라가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전문성을 갖춘 블로거들이 많고, 그곳에서 기사의 소스를 얻는 경우도 많다”라고 말한다. 그의 블로그 대문에는 이런 카피가 쓰여 있다.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 ”

기자로서 훈련된 문체와 순발력있는 감각 덕분에 어떤 글도 전달력이 뛰어나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거의 최초로 웹 2.0을 다룬 점에서 본인이 자부심을 갖고있는, 웹 2.0에 대한 기사들은 물론 여행기도 아주 유효했다. 그처럼 짧은 분량에 그처럼 핵심적인 내용을 집약해서 넣을 수 있다니! 베트남여행기도 재미있었고, 싱가포르의 특수성도 아주 흥미로웠다.

싱가포르에서 거의 50년에 가까운 인민행동당의 장기집권이 전혀 도전을 받지 않는 데에는 경제발전이 숨어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싱가포르 국민들은 삶의 질을 올려주면 권력을 계속 보장해주겠다는 일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이다.

경제 발전이 정치 민주화를 가져온다는 전통적인 정치발전 이론이 싱가포르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자원도 없고 인구도 많지 않고 땅도 비좁은 이 나라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은 리콴유, 그는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치안과 환경을 통제하고, 일찌감치 물류와 금융산업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 싱가포르는 물류와 금융산업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세계의 환적화물의 5분의 1이 싱가포르에서 취급될 정도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 4월, 선거를 한달 앞둔 무렵 20세 이상의 모든 국민들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200~800싱가포르달러(11만8천~47만5천원)의 성장 배당금을 지급했다. 싱가포르 사람들이 우스개소리로 자신들을 ‘리콴유 주식회사의 종업원’이라고 하는 말이 사실인 셈이다.  ‘리콴유 주식회사’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된 독특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나는 그의 정보수집력과 판단력, 전달력을 신뢰하게 되었으므로, 조금 딱딱한 경제기사도 읽어볼지도 모른다. 만일 이 블로거가 경제기사 전문의 블로그를 운영했더라면, 우리의 소통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잡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 그가 ‘스콧 니어링’에 대해 쓴 글을 보며 다시 한 번 내 삶의 자세를 추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스콧 니어링은 사회를 바꾸는 데는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코 타협하지도 않았다. "결국은 일상적으로 대안적인 삶의 주체로 거듭나야 하고 그것이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집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사회적 실천을 해야 한다. 변화는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의식적 실천을 꾸준히 하는 한, 역사의 변화는 오기 마련이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스스로 반문하게 된다. 나는 과연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그 중간 어딘가에서 어설프게 포기하거나 타협하고 있지는 않은가. 스콧 니어링은 나를 깨어나게 만든다. 나도 그처럼 건강하게 살고 싶다. 내가 옳다고 믿는 가치들을 평생에 걸쳐 몸으로 실천하며 살고 싶다.

"치열한 싸움은 계속된다. 삶이 있고 열정이 있고 목적과 기능과 경험이 있는 한 진보는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일부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이 명백한 사실을 피할 수 없다. 한 개인은 인류 전체의 일부이자 그가 살고 있는 당대 사회적 자연적 환경의 일부인 것이다."

그의 이런 고민은 야학활동에 대한 글을 읽었기 때문에 더욱 힘이 실린다. 디자인에 대한 그의 관심이 두 편의 스케치로 해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양하고 세심한 관심사, 실천하는 삶에 대한 고민,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과 학습, 실행력... 깨어있는 인간의 전형이 아닐까. 오랜만에 살아있는 온전한 인간을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것이 인간이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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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왠지 미탄님의 블로그순례기가 아마추어에서 전문 리뷰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의 리뷰가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 세심하면서도 전문가의 느낌이 드는 순례기라 생각합니다 ^^;; 저도 이정환님의 블로그를 보면서 대단하다 생각하며 많은 것을 배웠는데, 미탄님이 참 잘 정리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2008.02.09 14: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쉐아르님의 블로그에서 링크 따라가서 접하게 되었으니, 감사해요. ^^ 또 있네요. 쉐아르님이 제 블로그 링크해 주신 것 보고, 저도 했네요. 조금 쑥스러워서 미루고 있었거든요.

      2008.02.09 15:5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