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새알심2008. 2. 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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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말에 이사를 가려고 짐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책을 좀 줄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두 번 다시 읽어볼 확률이 없는 책을 매번 싸들고 다닌다는 것도 비효율이지요. 마침 시골에 도서관을 시작하는 곳이 있어 맘편히 버릴 수 <!> 있게 되었습니다.

책이 많은 편이 아닌데도 1차로 뽑아낸 책이 저 정도입니다. 두 번 세 번 걸러서, 짐을 단출하게 만들 생각입니다. 빠른 속도로 책을 골라내다 착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이든 옷이든 살림살이든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그것에 묻어있는 추억을, 시간을, 결국 한 시절을 버린다는 뜻이니까요.

5년전 시에 심취하여 한동안 시만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시집이 많이 나갑니다. 몇 권은 남겨둘 요량으로 선별하는 손길에 여러가지 생각이 내려앉습니다. 김사인, 이성복, 김선우, 반칠환... 은 남기고, 고형렬, 조재종, 정일근은 버리는 것이 미안해서입니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서 이처럼 선별되어 지워졌겠구나... 싶습니다.

영원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랑을 평가절하하는 사람을 보면, 너무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어, 영원하지 않아도 그 절정의 순간은 의미있는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때 기쁨과 고마움을 넘어 황홀감까지 주던 대상이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되는 것, 참으로 무상한 일이 아닌지요. 무심하더라도 끝까지 그 곁에 붙어<!> 있는 것이, 잊혀지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그만큼 '버려진다는 것'이 비참하게 느껴졌습니다.

겨우 책을 솎아내며 책을 '버리는' 입장에서, '버려지는 모든 것들'의 마음이 되어 가슴이 아프니, 쓰잘데 없이 감정이입이 너무 발달한 것 같습니다.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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