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양인자가 노랫말을 써놓으면 남편인 원로작곡가 김희갑이 곡을 붙여오는데, 그 곡이 어쩌면 그렇게 자기가 생각한 이미지와 부합하는지 놀라곤 했다고 한다. TV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공동집필한 이선미, 김기호 부부는 그야말로 하나가 되어 대본을 썼다고 한다. 한 장면에 대해 무려 30가지 옵션을 두고 토론한 적도 있으며, 부인이 쓰던 부분에 이어 남편이 써내려갈 정도로 일심동체였다고 한다. ‘신의 물방울’의 저자 아기 다다시도 한 사람이 아니라 남매이다.


나는 그저 친밀한 것도 좋지만, 의미있는 창조물을 공동생산하는 사이가 더 좋다. 막연히 ‘수유+너머’ 식의 실험에도 흥미를 느끼던 차에 최근 변경연에서 공저를 출간하며 그 재미를 확인했다. 평범한 여섯 사람이 각자 ‘강점찾기’를 한 사례에 대한 책인데, 저술여행이나 모임을 통해 한 가지 주제를 집중모색하고 ‘지식을 공동생산’하는 일이 아주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재미를 느끼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배치하고 접촉하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라는 것을.


위에서 예로 든 공동저자들은 모두 부부나 남매같은 특별한 사이이다. 그러나 인터넷시대에는, 관심과 감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무한대로 확장된다. Smartplace에서 본 glypho는, 협업으로 함께 소설을 쓰는 사이트이다. 이런 식이다.


1. A가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2. 사용자들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캐릭터, 플롯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3. B가 첫 번째 챕터를 작성한다. C도 마찬가지로 첫 번째 챕터를 작성한다.

4. 사용자들은 각각의 글을 읽고 투표를 하여 가장 적합한 글을 결정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글이 계속 작성되고 이어진다.

현재 과학, 로맨스, 미스터리, 환타지, 유머, 모험, 드라마 등 여러 장르에서 협업 소설이 작성되고 있다. 사용자는 캐릭터, 플롯, 제목을 제안하거나 챕터를 작성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기여할 수가 있다. 직접 대면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지식을 공동생산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힘을 합쳐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는 셈이다.

glypho 사이트가 주는 힌트를 여러 측면으로 확장할 수 있으리라. 우선 영화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업무상의 문서, 특허업무 등 모든 작업에 적용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비슷한 관심과 동기가 있는 사람을 모으고, 그들의 공통된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에 커다란 틈새가 있다고 본다.


참고: 함께 쓰는 소설은 얼마나 감동적일까 by 바비

http://www.smartplace.kr/blog_post_4.aspx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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