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못말린다. 한 가지에 꽂히면 기존에 관심을 갖고 있던 것들에게 즉각적으로 관심이 희석된다. 2006년 변경연 연구원생활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책읽기에 들어가면서, 그 전까지는 짬짬이 보던 영화가 시들해졌다든지, 지금 블로그에 꽂히면서 종이책이 소원하게 느껴지는 식이다. 몰입지수가 높은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성일 수도 있겠고, 일장일단이 있을 수도 있다. ‘나’를 입고<!> 살아온 지 꽤 되었으므로, 요즘은 ‘나’를 발견할 때마다 어떻게 그 특성을 활용하여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는 정도는 강한데, 끈질기게 오래 갖고 가지 못한다면, 그렇게 살면 된다. 더욱 더 집중하여 짧은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물 하나씩 토해내고, 가비얍게 다른 주제로 넘어가면 된다. 다른 주제라고 해도 계속 나의 관심영역이 넓혀지는 것이니, 요즘 유행하는 노마드 혹은 경계허물기 트랜드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특정 시기, 특정 관심사에서 성과물이 나와주지 않는 경우이다. 가령 최근 2년 간 내가 발견한 '좋은 책들’ 리뷰집을 책으로 묶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더욱 힘차고 자신있게 새로운 주제에 빨려들고, 성과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더욱 가속화가 될텐데!


어쨌든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블로그이다. 블로그에 올릴 글이 떠오르지 않으면 답답하고 불안해지는 식이다. 소통에 대한 욕구가 강한데도 사람과 주제에 대한 낯가림이 엄청 심한 나로서 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비중이 8대2 정도인 1인기업의 둥지를 틀고 싶다. 블로그순례 2주일, 내 심정을 편하게 나열해본다.


첫째, 블로그에 단일 주제를 가진 레터를 올리고 싶다. 2007년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 메일링 서비스 필진으로 활동해보았기 때문에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단지 내 속내를 토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읽는 사람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인기 블로거들의 주제는 대부분 IT, 시사, 요리, 영화, 사진, 만화... 에 포진되어 있다. 정보성과 전문성이 강하다.

반면 내가 가진 관심사는 좋은 책, 좋은 삶, 해피에이징 등이다. 주제가 느슨하고 전문성도 희소하지만, 이것이 ‘나’이므로 여기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내 뜻을 잘 드러내며,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좋은 레터의 네이밍이 필요하다.


둘째, 블로거들의 세계를 좀 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내 블로그를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양질의 컨텐츠를 정기적으로 공급하겠다는 프로의식이 대단한 분들이 많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그만한 작업이 가능한 지 놀라웠다. 하루에 12시간씩 블로그에 할애해서 6개월만에 구독자가 1000명이 넘는 블로거, 주제와 일상성을 고루 안배해서 ‘예약포스팅’으로 정기성을 확보하는 블로거가 인상적이었다.


블로거들에게 댓글과 펌이 주요 관심사인 것도 알았다. 나는 앞서 말한 내 메일링을 퍼 간 것을 발견하면 기쁘고 신났었는데, 범위가 커지고 정도가 심해지면 그것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방문객이 얼마인데 댓글을 남긴 사람은 불과 몇 명이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분도 있었고, 도대체 내 블로그에 왜 오는지 공개적으로 질문한 사례를 두 번이나 보았을 정도이다. 블로거는 댓글을 먹고 산다는 표현처럼 댓글과 관심은 블로거의 양식이요, '펌'은 블로고스피어의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ㅎㅎ 여기에서 초보다운 이야기 한 토막.

전에 어디선가 ‘불펌금지’라고 쓰여진 것을 나는 맘껏 퍼가라는 소리로 알아들었다는 것. 불펌, 즉 퍼가지 않는 것을 금지한다는 애교로 해석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랴. ^^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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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앨리스

    명석님만의 레터 네이밍이 곧 완성되길 바랍니다. 구독자로 신청 받아주시구요^^
    생각하신 주제들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는 말씀하셨지만, 좋은 책이나 삶, 해피에이징 -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너무 전문적인 글들은 그것에 관심이있는 사람들의 관심만 끌어들이겠지만, 명석님께서 생각하시는 주제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또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기대됩니다^^

    블로그에 대해서는 저는 사실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실은 제 경우는 사실 인터넷이라고 하면 가입한 까페가 많긴 하지만 사실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한 군데 뿐이고, 또 일상생활에 묻혀 인터넷을 가까이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변경연 사이트나 이곳 명석님 블로그에는 그래도 종종 들려 읽을꺼리들을 많이 얻어가고 있지요. 이번에 올리신 블로그 방문기들을 읽고,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시대인지 실감하게 됐고, 또한 말씀하신 대로 전문성으로 무장된 훌륭한 생활인들이 많음을 또 알게 되었네요. 저도 올 해는 블로그 탐닉을 해볼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

    2008.02.03 23:42 [ ADDR : EDIT/ DEL : REPLY ]
    • 앨리스님의 덕담 고마워요. 하고싶다는 욕망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제법 준비가 된듯한 잠재력이 있어보여도<!> 가시적인 성과물이 없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ㅠㅠ
      기질상, 또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아무 것도 손에 쥔 것이 없이도 나는 행복할 수 있지만, 그래도'작은 성공'이 필요해요.

      블로그처럼 무한한 가능성과 재미를 가진 세계를 바로 엊그제까지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군요. 전문가보다는 오히려 딱 한 단계 앞서가는 사람이 가장 좋은 지침을 줄 수도 있잖아요. 내 순례기를 참고해서 앨리스님도 한 번 시작해봐요. 아, 티스토리는 초대해줘야만 입주할 수 있나봐요. 내가 초대해줄게요. 생각있으면 메일주소 알려주세요.

      2008.02.04 20:3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