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 27
블로터닷넷
에 합류한지 3개월이 가까워옵니다. 블로그, 메타블로그, 웹2.0, 딕닷컴, RSS 등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것들을 직접 체험하고 그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놈'은 바로 RSS입니다.

Really Simple Syndication'의 약자인 RSS는 웹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아도 그 사이트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SS리더기가 있고, 보고자 하는 사이트가 RSS 기술을 지원만 하면 마음에 드는 뉴스만 골라볼 수 있는 것이지요. 과거와는 다른 '뉴스보기 패러다임'입니다.

RSS는, 그동안 비판적으로 바라봐왔던 '포털 중심의 온라인 뉴스 유통 구조'를 뒤흔들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품게했습니다. '오버'하는것 아니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얼마전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대부 리차드 스톨만의 방한 기념 강연회에서 '오픈오피스 커뮤니티' 운영자를 만났는데 자기는 뉴스를 RSS리더기로만 보기 때문에 RSS를 지원하지 않는 언론사 뉴스는 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언론사 웹사이트와 포털에서 뉴스를 보지 않고, RSS를 통해서만 뉴스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얘기만 듣고 이것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요. 하지만, 이 사람 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주변에서 RSS에 푹 빠진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일부 블로거들만 RSS리더기를 애용했지만 최근에는 기술을 잘 모르는 일반 사용자들이 RSS리더기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RSS가 대중화를 위한 일보직전에 와 있는 셈이지요.

저 역시 최근에 RSS 세계에 입문한 사람 중 한명입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컴맹'에 가깝습니다. 주변에서 숱한 구박과 핀잔을 들으면서도, '디지털 세상보다는 아날로그 세상을 더 신뢰한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디지털 기술을 의도적으로 멀리해왔습니다. 제 나이또래 사람들과 비교해서도 상대적으로 디지털 기기나 기술에 한참 뒤쳐져 있는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이 RSS리더기로 아무런 불편없이 편리하게 뉴스를 받아보고 있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고 안하고는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기껏 RSS 리더기 설치해 사용해 본 것만으로 너무 흥분하고 있는 것일까요? 앞서 밝혔지만 포털 중심의 온라인 뉴스 유통구조를 바꿀 수 있겠다는 '희망'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포털 중심의 온라인 뉴스 구조를 깨는 게 왜 저를 흥분시키는 것일까요?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산물입니다.

기자는 오픈라인 언론을 빼고 인터넷 언론에서만 5년이 넘게 일해왔습니다. 최근 몇개월간은 포털 의존도가 매우 높은 스포츠/연예 전문 인터넷 언론에도 있었는데, 아마도 이 시기가 포털 뉴스에 대해 '삐딱한' 생각을 품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포털에 뉴스를 파는 것을 핵심 수익모델로 하는 인터넷 언론사들은 대부분 자기네 사이트에서는 자생력있는 독자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고도 잘 안되는 편이지요. 솔직히 스포츠와 연예 뉴스를 포털에서 보지, 누가 일일이 사이트 찾아다니면서 보겠습니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열에 아홉은 포털뉴스를 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상황이 이렇기에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인터넷 언론사 기자들을 포털에서 '목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하게 됩니다. 시쳇말로 '제목장사'는 기본이고, 본질에서 벗어난 선정적인 내용을 마구 쏟아낼 수 밖에 없지요. 여기에는 포털에 올라가지 않으면 고생한 보람이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습니다.

컨텐츠의 질이나 객관성과는 상관없이 '네이버톱'에 올가라는 뉴스는 '대박'이고, 공을 들였지만 포털뉴스 편집진에 의해 '씹혀버리면' 하루장사 망친꼴이라고 생각하는 기자들도 많습니다. 이를 보여주듯 기사를 올리고 난뒤에는 자기네 사이트보다는 포털 뉴스를 먼저 확인하곤 하지요.

저 역시 그래왔지요. 대충 쓴 기사가 네이버톱으로 올라와 있으면, '부끄러우면서도 기분은 나쁘지 않은'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게 여러번이었습니다. 어떤 포털사이트의 경우 제가 올린 제목과는 180도 다른 헤드라인을 달아놓곤 했는데 '손님을 끌기에' 제가 뽑은 제목은 흥행성이 떨어졌나 봅니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포털만 손가락질 할 문제는 아니겠지요. 인터넷 언론사들도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털에 목을 매는 기자들을 보면(저를 포함해) 저널리스트로서 소양이 부족하다고 여겨왔었지요.
 
요즘 포털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나라가 곧 절단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사고와 문제투성이의 나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독자들이 꼭 알아야할 뉴스는 얼마나 될까요? 뉴스밑에 달린 수천개의 댓글은 의견이라기보다는 감정의 배설물같습니다. 여론이 아니라 마녀심판에 가깝습니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포털에 총구를 들이댑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인 포털에 공공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요. 비판에도 불구하고 포털들은 계속 페이지뷰에 근거한 편집 방침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저널리즘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목을 끌기 위해 제목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바뀌고, 연예인 말꼬리나 잡는 기사들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몰라도 별 지장없는 기사들이 주인이 되고, 깊이있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사들은 찬밥신세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다가, 저는 RSS를 통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것입니다. RSS는 그 기술 특성상, 개인에게 최적화된 뉴스 구독 환경을 제공합니다. 독자가 주체가되는 미디어 구독 플랫폼입니다. 마음에 들면 신청하고 내용이 영 '거시기 하면' 끊어버리면 됩니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낚시'를 목표로 하는 '제목장사'는 퇴출되기 딱 좋습니다. 보도자료 저널리즘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관점과 깊이가 있어야 독자들의 RSS리더기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포털에 목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독자들의 RSS리더기안에서 살아남는게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 회의적인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앞서 밝혔지만, 단언컨대 컴맹인 제가 RSS를 너무도 편하게 쓰고 있다면 RSS는 대중성을 갖춘 기술로 봐도 됩니다. 웹브라우저 시장의 양대축인 '인터넷 익스플로러7'와 '파이어폭스2.0'이 모두 RSS리더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은 RSS가 보편적인 인터넷 기술로 떠올랐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RSS리더기 사용자는 임계점에 다다를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는 이 가운데 20%만 RSS를 사용해도 온라인 미디어판은 뿌리채 뒤흔들릴 것입니다. 지금처럼 인터넷 언론 기자들이 포털에 목을 매는 서글픈 장면은 보지 않아도 되겠지요. 저는 이런 희망을 품고, 지금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구글RSS리더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Posted by 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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