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미탄통신2007. 10. 14. 12:49
9월 27일, 꽃무릇을 보러 선운사에 가다. 선운사에 불났다. 자갈밭과 풀밭, 산 속을 마다하지 않고, 어디에나 꽃무릇이 있다. 받쳐주는 이파리 하나없이 연녹색의 꽃대위에 달랑 하나씩 얹혀진 다홍색의 화관이 아주 독특하다. 제법 앙칼진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꽃무릇의 군무를 보며, 우거진 잡목숲을 걸었다. 이만한 호사가 없다.

9월 28일, 올가을을 어떻게 즐길까 궁리하다가, ‘전국의 걷기좋은 길 52’ 요런 책을 주문하다. 한 달에 두 번은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가을을 심호흡하리라.

9월 30일, 아들이 휴가를 왔다. 이등병 월급 6만6천원을 고스란히 모은 돈 45만원을 가지고 왔다. 그 귀한 돈을 고작 과자나 사먹으며 쓰고 싶지 않았단다. 여자친구와 알콩달콩 놀러다니더니, 엄마에게도 밥을 사겠단다. 그래서 골고루 얻어먹었다. GOP공사 파견수당 하루 400원을 음미하며 꼭꼭 씹어먹으니, 더욱 맛있다.

10월 2일, 인생목표를 총정리해 보는 것도 가을에 어울리는 일이다. 내 계획이 너무 막연한 것은 아닌지, 목표까지 가기위한 징검다리는 제대로 놓여졌는지, 나의 하루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최적의 시간표로 구성되어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음미하다.

10월 3일, 인디영화 ‘원스’ Once 관람.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한번쯤 찾아오는 소중한 만남을 음악이라는 언어로 펼쳐보인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날 때 남자주인공이 목청높여 부르던 노래가 제일 가슴에 남는다. ‘무언가 내게 할 말이 있다면 지금 말해줘’ 혹시 이 영화의 주제는 아닐지. 덕분에 체코말 하나 배우다. 밀류유테베.
영화를 본 뒤,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비 속에 봉은사 산책. 경건하게 머리를 조아려 기도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게 기회를 주세요. 제게 기회를 주세요. 제게 기회를 주세요.’

10월 4일, ‘혼자놀기’에는 거의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 내가 취약한 부분은 ‘함께 놀기’이다. 가을이라 그런가, 미주알고주알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사람사이’가 그리워진다. 일상적인 소통과 위안이 가능한 소그룹 2개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궁리중
Posted by 미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