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17.12.11 12:08

오늘이 그 중 춥군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거실에서 한기가 느껴진 것이 처음이네요. 버릇처럼 뒷베란다로 가서 풍경에게 인사를 합니다. 중후한 수묵화가 한 폭 걸려 있고, 허연 파도가 이는 것으로 보아 오늘은 흐리고 바람이 부는 날이로군요.  내년에는 창밖으로 바다가 좀 더 많이 보이는 곳에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주 초기에는 다들 바다가 일순위지만 2~3년 지나면 강풍이며 습도에 질려, 바다와 뚝 떨어져 살며 보고 싶을 때 가서 보면 된다고 생각이 바뀐다지요? 나는 아직 이주 초반이니까 좀 더 바다에 다가 서도 좋겠지요.


아니면 아예 내륙으로 쑥 들어가도 좋겠구요. 요즘 날마다 자연에 반하다보니 내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사랑하는 것에 꽃과 나무가 있더라구요. 아침에 눈떴을 때 자연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내 정서를 편안하게 해주는지를 새록새록 느끼면서 이제 도시의 흐릿한 공기 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거지요. 내가 자연 속의 단출한 삶을 살아낼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길게 보고 자급자족에 도전하는 것인데 농사일을 잘 해낼 것 같지도 않고 푸성귀는 값이 싸니, 자급자족을 하려면 단백질을 해결해야 하겠더라구요! 닭을 키우는 것은 상상이라도 가능한데 제주의 토종 똥돼지 생각까지 하고는 웃음이 푹 터졌습니다. 감과 무화과, 귤 같은 나무 몇 그루에 처마 밑에는 양애가 자라고, 갓 낳은 따끈한 달걀을 생각하니 언제냐가 문제지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정해진 것 같네요.


당장은 어디로 가도 좋습니다. 전에는 한 번 맘먹으면 엄청 몰아쳤는데 내가 달라지긴 했네요. 서둔다고 해서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디서든 살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요. 예를 들어 제주! 아직은 제주를 사랑하지만 2~3년 살아본 이후에는 딱히 제주가 아니어도 자연의 곁이라면 살 수 있겠다 싶어요. 살아보았기에 갈급하지 않을 수 있고 응용이 가능하니 경험이 제일 좋은 거고, 나는 지금 경험을 하고 있네요!


아침으로 고구마를 구우면서 귤도 같이 구워 보았습니다. 여행서에서 제주사람들이 귤을 구워먹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처음 시도해보네요. 흠~ 솥을 열었을 때 상큼한 귤향이 올라오는 것만으로 합격입니다. 구워지면서 얇아진 껍질이 피부처럼 찰싹 붙어있는 것을 까고 뜨듯한 귤을 입에 넣으니 완전히 다른 음식을 먹는 것 같아요. 일단 향이 확실하게 진해졌고, 뭉근하게 따듯해진 맛이 다르게 접근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딱 맞습니다. 창문으로 충충한 구름을 보며 익힌 귤을 먹고 있자니 여기가 어디 호숫가의 오두막처럼  느껴집니다.


내친 김에 들에서 꺾어온 감국으로 차를 만듭니다. 향이 좋은 감국을 말려 차로 마신다는 것을 알고 있어 시도해보았는데 글쎄 쪼끄만 꽃송이 5개면 충분하네요. 처음에 멋모르고 10개쯤 넣었는데 쓰디쓴 거에요. 찻잔 하나에 갓난아기 손톱만한 감국 4~5개면 입안에 환한 국화향이 가득 찹니다. 찻잔을 들었을 때 코로 다가온 향기가 오래도록 입안에 남아 박하향처럼 싸한 것이 좋아 한 모금 마시고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이맘때 고구마와 귤이 무지 싸네요. 고구마는 한 박스에 3~4만원으로 한 박스만 사도 한참 먹을 꺼고, 귤은 깜짝 놀랄 정도로 헐값이구요. 어제 민속오일장에 갔었는데 한라봉이나 황금향 같은 신품종, 그리고 선물용은 비쌀지 몰라도 우리가 흔히 보는 귤은 상품이 10kg에 15000원선?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귤수확하는 노란 플라스틱 박스 하나에 만원 짜리도 있네요. 그러니 어떤 식당이나 게하에서 손님들이 집어가게 놓아둘 수 있는 거였어요. 서툰 솜씨로 농사를 짓지 않아도 얼마든지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거지요.



옛날 제주에서는 고구마가 큰 식량이라 얇게 썰어 말린 빼떼기로 죽도 끓여먹었다지요. 적절하게 잡곡을 더하면 맛으로나 영양으로나 손색없는 별식이 되겠어요. 귤을 가지고 새로운 레시피도 실험하고 싶어지네요.  우리는 너무 앞날에 대한 대비를 경제 중심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실제로는 재미있게 일상을 누리는 활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기본적인 자립을 하고, 서로에게 호기심을 갖고 서로 견딜만한 사람 댓 명이면 인생은 얼마든지 풍요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 평화로운 아침입니다. 어디에서도 일할 수 있어 옮겨다니며 살기 좋고, 사람을 모으기도 하는 내 직업이 마냥 소중해집니다. 한 번은 독하게 내 일에 달려들어야 하겠지요. 이렇게 또 하루, 천지가 창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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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탄
분류없음2017.05.18 09:29

제주에서 살고 싶어 아파트를 얻고 수강생을 모아 공저팀을 꾸렸다.

수강생들이 자기 스케줄에 맞춰 내려와 제주집에 머물며 여행하고 쓴 글이 올라올 때 감격스럽다.

 

제주책이 나오면 그 어느 때보다 사랑스러울 듯.

아이를 낳는 일이, 인간으로서 감히 신을 넘보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출간도 거기에 버금 가는 것 같다.

 

자세한 사항은 카페에 많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창 밖으로 흘낏 본 노을이 이뻐서 달려갔는데 한 발 늦었다.

신비로운 오렌지빛 노을은 사라지고 대신  서치라이트처럼 강렬하게 하늘을 가른 잔영만 남았다.

 

일직선으로 가른 빛도 신비하고, 그 위로 청남빛 하늘도 좋고,

서툴지만 버스킹도 하고 있어

그래도 충분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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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탄
분류없음2017.04.19 07:39

 

 

 

 

 

 

날씨가 좋고 아기자기헤서 어제 <에코랜드>에서 찍은 사진에서 마음에 드는 게 많다.

특히 이 두 장의 사진을 보며 마음이 느슨해지고 웃음이 피어오르니

다른 데서 힐링을 찾을 이유가 없다.

 

사진은 좋은데 기계는 싫고....

그나마 렌즈에 뭐가 묻었나 점까지 나오네.

 

 

 

 

 

 

그리고 나머지 묻어두긴 아까운 사진들, 그리고 어머니....

 

 

 

 

 

 

 

 

 

제주에 일년살기 하러 와 있습니다.

자세한 근황은 http://cafe.naver.com/writingsutra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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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