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에서 한단계 도약을 원한다면 '내 삶의 글쓰기'를!

좋은 책/책 2012/01/27 13:24

빌 루어바흐/크리스틴 케클러 지음, 내 삶의 글쓰기, 한스미디어, 2011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자서전 즉 회고록에 대한 책이다. 그런데 글쓰기에 대한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우리 모두는 내게 들어 온 직간접적인 기억 한 토막을 다른 것과 연결하거나 즐거운 거짓말을 섞어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회고록의 문학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모든 기억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쉬지 않고 재구성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대도 여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고록은 신문기사가 아니다. ... 내가 볼 때 회고록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학성이다. 단순히 사실성을 지키기 위해 급급해하는 것보다는 드라마의 필수 요소부터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다시 말해 첫째는 문학성, 둘째는 사실성이다.

기억은 불완전하다. 그것이 회고록의 기본 전제다.

글에 미학적 수사학적 아름다움을 덧대려 한다면 진실만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창조적 논픽션이라는 거대한 벌판’을 아름다운 마을로 꾸며 놓았는데, 나는 이 곳에서 회고록 뿐만 아니라, 그저 신변잡기를 쓰던 사람이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세심한 조언을 모두 얻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6년, 내게는 본질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것은 단순하고 검박한 기술記述을 넘어 단단하고 풍요로운 은유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고, 누구나 쓰는 표현이 아니라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들을 문학에서 배워오기로  마음먹었는데, 바로 이 책이 오랜 시간을 들여 내가 발굴했어야 했을 것들을 미리 정리해 놓은 것이다. --더 탐구할 것이 남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의 역할은 독자의 마음속에 꿈을 불어넣는 것이다. 꿈의 효과가 강력하려면 그 꿈은 우선 생생하고 연속적이어야 할 것이다.

독자는 재판관이 아니다. 독자들은 그저 믿고 싶어 한다. 그러니 작가가 굳이 그들을 흔들어 깨운 뒤 믿으라고 말해 줄 필요는 없다. 독자가 꿈을 꾼다면 그것이 그의 믿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은유는 우리가 중고등학생 때 배운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더 큰 개념이다.

자크 데리다의 말에 따르면 모든 단어가 은유적이라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은유metaphor는 실어 나른다는 뜻이었다. 즉 우리는 한 사물이나 유사체에서 다른 사물로 의미를 실어 나르는 것이다.

은유가 솜씨있게 잘 가미되면 의미의 층위는 한층 더 두터워진다. 당신이 그 미묘한 층위를 마음껏 조종할 수 있다면, 독자는 뚜렷한 이유는 알지 못한 채 당신의 글을 더 즐겁게 읽을 것이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내가 혹한, ‘장면만들기’나 ‘은유’에 대한 것들이 저자만의 노하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원칙만 나열하거나 감질나게 조금 보여주고 마는 대부분의 책들과 확연하게 다르다. ‘궁궐 터는 이 곳에서 십리를 더 간 곳에 있다’는 ‘왕십리’의 유래처럼 그는 ‘십리’를 더 간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좀 더 심도있고 분명한 지침을 주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좋은 문장이 갖춰야 할 요건에 대해 이렇게 포괄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은 처음이다. 저자의 관점을 응용하여 두고두고 써 먹을 것이 생겨서 무진장 기쁘다.


아름다움을 더하는 모든 것들(명료성, 운동감, 밀도, 리듬, 정확성, 질감, 긴박감)을 만들어내는 전략은 작가 스스로 찾아야한다.

명료성: 명료하지 않은 글은 아무것도 아니다. 일부러 불완전한 문장을 썼다면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운동감: 산문은 상어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 산문은 관계다. 자라나지 않으면 질식해 버린다. 산문은 섹스다. 움직여야 더 즐겁다. 운동감이란 글을 읽으면서 어딘가로 가는 것이다. 당신의 글에 운동감이 드러나면 독자도 따라 움직인다. 어떤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하는 것도 그런 뜻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글 전체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때는 글이 ‘나’라는 댐에 갇힌 채 괴어 있는 것이다.

밀도: 문장은 지갑과 같다. 크기도 다양할뿐더러 그 안에 적은 양도, 많은 양도 담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의미는 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웬만하면 많을수록 좋다.

리듬: 어디서나 그렇지만 핵심은 다양성이다. 초보 작가들은 대부분 단 한 가지 리듬에만 의지하거나 아예 리듬 자체를 쓰지 않는다. 문법에 맞기만 하다면 단어들이 있어야 할 곳에 알아서 자리 잡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하지만 리듬도 목소리에 포함된다. 리듬은 눈에 보일 뿐만 아니라 귀에도 들리는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정확성: 정확성은 곧 솔직함이다. 정확하려면 자기기만은 용납되지 않는다. 타인을 기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확성을 기한다는 것은 글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안다는 것이다. 뛰어난 의사처럼 언제 어디를 잘라내야 하는지, 어디를 봉합해야 하는지 안다는 것이다. 정확성을 기한다는 것은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대로 털어놓는 것이다. 시야가 정확해야 결과가 명료해지고, 그로써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질감: 글에서 질감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며 만나는 산악지대와 같다. 봉우리와 계곡, 울퉁불퉁한 곳과 반반한 곳, 웅장함과 자연스러움이 뒤섞여 각양각색의 기쁨을 준다. 쉬어갈 곳, 헐떡거릴 곳, 힘겹게 가는 곳, 수월히 가는 곳, 다양한 소리들, 수백 그루의 나무, 갖가지 냄새, 호수에서는 만나지 못할 무수한 감정들, 뒹굴며 내려가던 언덕, 무수히 부딪친 얼음조각, 내리막길을 요란하게 질주해 가다가 만난 막다른 길에서 내 앞을 가로막고 섰던 나의 커다란 개 윌리.


절박감: 뛰어난 글에는 필연성이 있다. 이 글은 써야만 한다는 그것도 이렇게 써야만 한다는 필연성이 있다. 그런 글에는 필요 없는 부분이란 없다. 횡설수설하는 부분조차 필수적인 것이 된다. 글에 다급함이 묻어난다. 아이디어는 요긴하고, 사건은 중대하며, 사랑은 살아 숨 쉰다.


글을 전개하는 방식이 살짝 산만해 보일 수도 있는데, 그것만 참고 읽어내려 가면 익히 알던 것도 다시 벼려주어, 난생 처음 글쓰기를 하는 사람처럼 설레고 흥분되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 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저자도 다 겪은 양 정확하게 묘사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촉구하기 때문이다. 


글은 가만히 앉아서 쓰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왜 그리 어려운 걸까? 그것은 바로 당신의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누구나 글쓰기의 달인이 되고 싶다면서 지름길부터 찾으려 한다. 하지만 지름길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눈앞에 있는 길이 바로 지름길이다. 자신 안에서 어떤 거부감이 일든, 이를 세심히 들여다보고 극복하는 것이 작가로 발돋움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그저 군말 없이 연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나 역시 똑같은 연습만 반복하면서 규칙만 줄줄이 외우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습을 하다가 글감을 발견하거나 기억 창고의 문을 열게 되었다면, 연습을 하면서 감정의 진솔한 뿌리를 보고 인간의 삶과 정신을 전하는 거대한 이야기의 문턱에 들어서게 되었다면, 연습의 효과는 어마어마해 진다. 처음에는 고만고만한 연습에 불과해 보이던 것들이 결국에는 글의 단단한 토대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소소한 과제를 일일이 해 보고 싶을 정도로, 알맹이가 꽉 찬 책이다. 이 책은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얼마나 갈 길이 먼 지 다시 한 번 깨우쳐 주고, 자세를 정비하게 해 주었으며, 나의 다음 책들이 어떻게 깊어져야 하는지를 보여 주었다. 다음 구절로 등불을 삼고 터벅터벅 걸어가야겠다. 


초심자에게는 무수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에게는 가능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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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62호> 문학에 빨대를 꽂다

한명석의 writingsutra 2012/01/11 09:08

사람이 무언가를 깨우치는 것은 단속적인 유형을 따른다고 한다. 외국어습득이든 스키연습이든 거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에 정비례하여 기량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 답보상태를 거친 다음에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는 것이다. 사분면을 대각선으로 가르는 1차 함수 그래프가 아니라, 계단을 떠올리면 되겠다.


학원을 운영할 때,  말이 아주 늦은 5살짜리 아이가 - 이름이 ‘환희’였다-  하루 아침에 말문이 터진 일이 있었다. 겨우 단어 몇 개를 떠듬거리던 아이가 완벽한 문장으로 그것도 수다에 가까운 빈도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경이로웠다. 그 때 언젠가 흘려 들은 ‘단속적 발전’이 떠오르며 철석같은 믿음이 되어 버렸다. 사실과 상관없이 믿음이란 이렇게 형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게 그 믿음은 아주 유용하다. 무슨 일을 시도할 때 섣부른 결과치를 기대하지 않고 꾸준히 불을 때게 만든다. 순간적으로 바닥면이 너른 계단이 떠오르니 내가 나를 설득하기도 좋다.


두 번째 책을 낸 뒤로 4개월, 이렇다 할 글을 쓰지 못했다. 내 안의 것을 얼추 퍼내어 새로운 물이 고일 시간이 필요했으며, 무엇이든 떠오르는 대로 글이 되던 초심자의 열정이 지나간 데다, 아프면 아프다고 울적하면 울적하다고 있는 대로 속을 보이기도 무엇한 튜터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내가 글쓰기강좌를 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글을 쓰는 일이 줄고, 글쓰기에 ‘대해서’ 떠드는 일이 늘어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앞날이 보였다. 이제껏은 비교적 자유로웠던 자기검열, 글 쓰는 데 가장 무서운 걸림돌인 그것이 늘어날 일 밖에 없었던 것이다.


창작 사이클이 한 번 지나간 것 같기도 하다. 연구원 이후 5년간 나는 거의 매일 읽고 썼다. 즉흥적인 성격대로 들쭉날쭉했지만 한 번도  글에서 마음이 떠난 적이 없었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나는 두 권의 책을 쓸 수 있었고, 그러는 가운데 내 안의 자원이 고갈된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관심, 새로운 감흥, 새로운 열정이 필요하다!  지난 5년을 채운 것이 나다운 삶을 찾고자하는 몰입이었다면, 새로운 5년을  이끄는 것은  진짜 글쟁이가 되기 위한 프로의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내 감성을 살찌울 먹이는 좀 더 풍요로워야 하고, 내 표현력을 벼릴 도구는 좀 더 날카로워야 하고, 내 자세를 다듬어줄 조련사는 좀 더 냉정해야 할 텐데, 나는 이것들을 문학에서 가져오기로 마음먹었다. 실용서와 문학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문학에는 글쓰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경험과 성과가 쌓여 있으므로 어떤 글쓰기의 전범도 될 수 있다고 본다. 글쓰기의 젖줄이 문학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소설과 시, 수필을 100권쯤 읽어야겠다. 실용서를 써 본 경험을 가지고, 수강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튜터의 눈을 가지고 읽는 것이라 더욱 기대된다. 문학이라는 무궁무진한 저장고에 빨대를 꽂고 나니 백만 대군을 얻은 양 든든하다. 나는 여기에서 제2의 창작 사이클을 열어젖히는 데 충분한 자원과 에너지를 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삶 자체가 한 바탕 꿈으로 여겨지는 나이가 아닌가!  삶이라고 하는 재료를 종으로 횡으로 훑어보고 잘라보고, 회쳐먹고 요리하고, 부둥켜안고 사랑하며 처절하게 거부하는 문학에 푹 빠져서, 삶에 대한 초월 한 자락 배워 보련다. 그러다 보면  아무리 넓고 평평한 계단이라도 오를 수 있겠지.  곧이곧대로 나를 드러내기 쪽팔리는 연배에 내 이야기에 즐거운 거짓말을 섞어 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다음다음 번 책은 성큼 문학으로 다가 선 것이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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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쓰기 과정 모집 -1월 10일 마감

한명석의 writingsutra 2012/01/07 20:56

6개월 간의 책쓰기과정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자기표현이 가능하고, 책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분은 도전하기 바랍니다.
http://cafe.naver.com/writingsutra/3598  <공저와 개인 책쓰기 모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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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공저2기가 출범된다. 커리큘럼을 준비하다 보니 책을 쓴다는 것이 한 손에 잡힌다. 몇 가지 핵심만 짚어주면 누구라도 책을 쓸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살짝 흥분할 정도였다. 무엇이든 배우고 익힌 다음에는 쉽게 느껴지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쓰기에 대해 갖고 있는 관념에는 확실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


나는 책쓰기의 핵심요소가 표현력, 논리력, 구성력, 그리고 자기확신의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 우선 표현력,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장력이다. 이제껏 우리는 글쓰기를 표현력 하나로 가늠했었다. 누군가 글을 잘 쓴다는 말은 물 흐르듯 매끄러운 유창성과 오묘한 비유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했고, 이것은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숱한 사람들이 좌절하며 글쓰기에의 꿈을 깊은 곳으로 파묻어 버리곤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을 쓰기 위해서는 그렇게 글을 잘 쓸 필요가 없다. 물론 잘 쓰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빼어나게 잘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책은 솜씨로 쓰는 것이 아니라 컨텐츠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표현력이면 충분하고, 오히려 논리력과 구성력이 더 중요하다. 논리력, 이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 이 내용 다음에 어떤 내용이 와야 할 지를 알아차리는 힘이기에 조금 긴 글을 쓸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다. 하물며 책을 쓸 때는 말할 것도 없다.


논리력을 기반으로 발현되는 결과가 구성력이다. 때로 논리 이전의 감각, 직관의 작용일 수도 있다. ‘목차를 짜는 힘’ 정도로 해 두자. 논리력과 구성력 사이에 겹치는 의미도 없지 않지만, 표현력이 논리라는 다리를 타고 구성의 나라로 나아간다, 나는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거꾸로 구성력의 지시를 받은 논리가 컨텐츠의 나라를 발굴하기도 한다. 짧은 글이라면 혹시 몰라도, 책쓰기에서 표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 표현력만 있고 논리력, 구성력이 없는 경우보다 그 반대의 경우가 먼저 책쓰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문자를 가지고 어지간히 자기표현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글쓰기와 책쓰기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낫다. --구성력이 동일하다면 그 때부터는 본질적인 표현력의 싸움이다 --


그리고 네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확신’이다.  ‘자기만의 시선’이라고 해도 좋고, spirit 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오랫동안 독자적인 연구를 해 온 학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책에서는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을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하게 된다. 이럴 때 어떤 관점으로 자료에 혼을 불어넣을 것인가 이것이 중요하다.

 

내 책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를 예로 들어 보자. 나는 글쓰기에 대해 나와 있는 책 100권을 읽고 이 책을 썼다. 그 책들을 읽으며 내게 각별하게 다가 온 것들을 정리하고 감흥을 덧붙인 것이 원고의 80퍼센트를 넘는다. 내가 한 일은 내 관점을 가지고 자료를 재구성한 것에 불과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글쓰기가 문장력보다 심리적인 문제라는 주장, 글쓰기를 세 단계로 나눈 것, 글쓰기로드맵을 10가지로 정리한 것이 전부다. 그리고 이것을 관통하는 핵심은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 는 신념 한 가지였다.


단 한 줄의 확신이 책을 책이 되게 한다. 이것이 소중한 원고를 하나로 꿰는 실이며, 자료뭉치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혼령이며, 독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저자의 목소리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이것을 나꿔 채지 못하면 책을 완성하기 어렵다. 반대로 이것을 나꿔 채는 데 능한 사람은 세상에 널려 있는 자료를 원하는 만큼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


공저2기와 지내는 동안 ‘책쓰기 책’을 써야겠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늘 하던 말들이 어떻게 책으로 엮이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생생한 실전공부가 될 것이다. 공저2기의 신청마감은 1월 10일이다. 혹시 아직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기꺼이 도전하기 바란다.^^  책쓰기는 이마에 표지를 붙이고 태어난 자들만이 누리는 신의 선물이 아니라, 의식적인 훈련이 있다면 누구라도 성취할 수 있는 고지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하루 2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도전하라.

책쓰기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천상의 꿈으로 모셔 두었거나, 물위에 퍼지는 동심원처럼 작은 파문에 만족하거나, 헛발질만 계속 하고 있는 그대를 들쑤셔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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